한국선수단은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단 1개의 참담한 성적표를 부끄럽게 받아들고 ‘유도 몰락’이라는 비판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응원했던 이원희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김재범 모두 쓰라린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영원한 선·후배이자 라이벌인 이원희와 김재범은 각자의 자리에서 ‘유도 부활’을 외쳤고, 둘은 다시 만난다.
●15일 국가대표 선발전 또 격돌
둘 다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선수로서 ‘천형(天刑)’과도 같은 혹독한 훈련의 땀방울을 묵묵히 흘리고 있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과 은근한 기싸움은 주변 사람들마저 움츠러들게 했다.
이원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상실했던 목표의식을 이제 되찾고 마음을 추스른 만큼 1∼3차 대표선발전에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범 역시 “세계대회에서 패하면서 한 동안 매트에 서서 선수를 마주하기가 겁났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승부를 펼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최강의 실력임에도 나름의 상처를 안고 절치부심 부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가시지 않는 팽팽한 승부욕에도 이들은 다정한 학교 선·후배. 이원희가 김재범의 용인대 유도학과 3년 선배다. 한데 원희는 재범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학교를 자주 비운 탓이다. 그러자 김재범의 투정이 곧바로 이어진다.“어, 제가 입학했을 때 형이 4학년이었는데 기억 못해요?”
●한국유도 ‘제2의 르네상스´ 기대
금세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서 선배는 후배를 아낌없이 격려했고, 후배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못한다.
이원희는 “재범이는 성실하고 투지가 좋으며 고통을 이겨내는 의지가 대단하다.”면서 “후배지만 정말 좋아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김재범 역시 “전 세계에서 유도선수라면 원희형의 완벽한 기술을 모두 부러워할 것”이라면서 “원희형의 힘과 기술, 마인드 컨트롤 능력 등 모든 것을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들의 경쟁은 쇠락하다는 한국 유도의 ‘제2의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5-1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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