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를 살리자] (6)끝· 샌드위치신세 법무팀
류길상 기자
수정 2005-11-08 00:00
입력 2005-11-08 00:00
기업 관련 소송이 늘어나고 자체 법률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판·검사 출신을 영입하는 등 법무팀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내야하는 기업의 속성에 비해 법무팀의 성과는 눈에띄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늘 ‘가시방석’이다. 실제 대부분 임원급으로 영입된 판·검사 출신들이 몇년 버티지 못하고 변호사로 돌아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까지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됐었다.
필요에 의해 법조인들을 영입했지만 무조건 ‘로비’용으로만 보는 따가운 여론도 부담스럽다.B그룹 관계자는 “법조인들의 인력풀이 좁기 때문에 한 다리만 건너면 인간관계가 성립되는데도 법무팀 소속 변호사와 담당 판·검사의 관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적지 않다.”면서 “우리가 왜 소송까지 가야 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법조 출신 임원들을 ‘방패막이’로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사내 변호사들을 해당 사건 ‘송무변호사’로 직접 활용하기보다는 특허, 노무 관련 소송 등 내부 법률수요를 담당하거나 임직원들의 법률의식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영활동에 대한 외부의 법적인 잣대는 엄격해졌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여러 정황상 ‘법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삼성 법무팀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안팎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법무팀은 “현행법 조항에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면서 헌법소원을 주장했지만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일개 기업이 국가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식의 역풍을 맞았다.
보상금 등을 노린 악의성 소송도 법무팀의 골머리를 앓게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5년간 상장사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00년 18건에 불과했던 기업 관련 소송은 2002년 10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326건으로 급증했다. 원고가 소송을 낸 뒤 스스로 취하하거나 법원에 의해 기각되는 비중이 무려 81%에 달해 보상을 노리고 일단 한번 ‘찔러보는’ 소송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1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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