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은행, 무담보·무보증 창업자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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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수정 2005-10-29 00:00
입력 2005-10-29 00:00
조흥은행 여신기획부 소속 이광재씨와 장정훈씨는 요즘 서울 명동에 있는 사회연대은행(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라는 낯선 곳에서 특별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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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에 파견된 것은 지난 6월. 조흥은행은 사회연대은행과 생계형 신용불량자 400여명에게 55억원 규모의 창업 대출을 하기로 하는 업무 제휴를 하고, 소호(SOHO·영세자영업자) 대출에 관심이 컸던 이들을 이곳에 급파했다.

“이제까지 은행들은 대출을 해준 뒤 회수에만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대출 이후 창업 지원과 사후 관리로 빈곤층의 자력갱생을 돕습니다.”이씨와 장씨는 “제도 금융권의 벽에 막혔던 사람들을 우량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소외계층의 희망으로

사회연대은행이 기존 금융권에 접근할 수 없었던 빈곤층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02년 삼성그룹에서 여성가장 창업 지원기금 10억원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신용불량자 등에게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고 창업을 지원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종의 ‘대안금융’이다.

유엔이 정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인 2005년 10월28일 현재 사회연대은행의 기금 규모는 120억 2800만원으로 늘었고, 지원금액은 23억 5300만원에 이른다. 신용불량자, 여성·청년가장, 성매매 피해 여성 등 극빈층 229명이 무담보 대출을 받아 146개 업체를 창업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상환율이 94%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불황 속에서도 폐업하거나 대출금을 떼먹은 업체가 한 곳도 없다. 사채시장에서까지 버림받았던 이들이 재기에 성공해 60∼70%선인 은행권의 상환율을 뛰어 넘는 ‘신용 우수자’가 된 셈이다. 상환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철저한 심사를 통한 재활 의지 파악, 전문적인 창업 노하우 전수, 치밀한 사후 관리라는 ‘3박자’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갈 길은 멀다

특히 한 해 3000억원에 이르는 금융권의 휴면예금을 소액신용대출 형태로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것이 골자인 ‘휴면예금 처리 및 사회공헌기금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사회연대은행의 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제도 금융권으로 퍼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몇몇 은행들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금을 기탁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도입을 고려하는 곳은 없다.

창업 지원 및 사후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노력에 비해 큰 수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일각에서 사회연대은행을 특수 금융기관화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사회연대은행 최홍관 사무국장은 “씨티그룹은 소액신용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으로 10년 동안 7500억달러를 빈곤층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우리 금융기관들도 716만명에 이르는 금융 소외자들을 방치할 게 아니라 적극 지원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10-2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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