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참배 파장] ‘사적 참배’ 치밀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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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기자
수정 2005-10-18 00:00
입력 2005-10-18 00:00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총리의 17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치밀한 각본에 따른 흔적이 짙어 보인다. 참배 두시간반 전에 언론에 일정을 공개, 은밀하게 행했던 이전의 참배와는 달랐다.

아울러 연미복이 아닌 양복정장 차림이었고, 참배자 명단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적지도 않았다. 헌화료도 내지 않았다. 참배전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참배했다. 주변국에 공적이 아닌 사적 참배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참배 소식이 알려진 뒤 야스쿠니신사 주변에서 취재하던 보도진 사이에 “총리가 오늘 참배한 뒤 총리직을 물러날 것이라고 한다. 다음 총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라는 소문이 나돈 것도 이례적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방송국 보도진 무전기로 “관저를 나섰다.”는 내용이 타전되면서 수백명에 달하는 경찰과 국내외 취재진, 고령자 위주의 참배객들이 빠르게 움직였다.100m 정도의 포토라인도 무색했다.

10시13분. 고이즈미 총리를 실은 검은색 관용차가 4대의 호위차량에 둘러싸여 신사 중간에 나 있는 도로로 들어와 멈췄다. 차량에서 빠져나온 고이즈미 총리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당당한 걸음과 입술을 앙다문 채 참배전으로 무표정하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일반 참배객들처럼 참배전 앞에 서 묵념을 한 뒤 바지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함에 던지고는 30초 정도 고개를 숙인 채 합장하고 곧바로 돌아서 대기 중인 관용차에 올라타 신사를 빠져나갔다. 따라서 신사 경내에 머문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신사 경내는 참배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족 등 우익들의 목소리가 높았다.“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응원하는가 하면 “공식적으로 참배하세요.”라는 극우도 있었다.

참배 반대자들은 신사 밖에 머물렀다. 야스쿠니신사 정문 앞에서는 호세이대학 학생과 일반 시민 등 10여명이 ‘침략전쟁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전국대학생연합 졸업회원 미즈타니 야스다카(59)는 “미·일동맹을 앞세워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려는 준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aein@seoul.co.kr

2005-10-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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