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공포에 독감백신 접종 밀물
김준석 기자
수정 2005-10-17 06:57
입력 2005-10-17 00:00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올해 독감 예방백신 접종자가 크게 늘고 있어 시중의 백신 부족 사태마저 우려된다.
조류독감 발생 예보가 발령된 지난 14일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대기실은 독감주사를 맞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달 초만 해도 하루 접종자는 180여명.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치사율 50%인 조류독감의 공포가 커지면서 최근 성인들까지 하루 250명에서 300명이 찾고 있다. 문의 전화만 하루 50여통.“처방전이 따로 필요하냐.” “조류독감을 예방하려면 독감주사라도 맞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서울 서초동 K의원은 2만 5000원짜리 고급형 백신주사를 맞는 성인만 20% 이상 늘었다.
이는 일반 독감주사가 조류독감 자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일반 감기와 결합한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H5N1인 조류독감의 분자형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H5 계열이지만 일반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것만으로도 변종은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현재 국내 독감백신 보유분은 전체 국민의 31% 수준인 1600만명분. 보유 비율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예상 수요만 1500만명인 데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성인 접종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현재 비축하고 있는 100만명의 여유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백신 공급을 늘려 달라는 민원이 많지만 세계 각국이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추가 공급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는 24일 접종을 시작하는 서울 지역 보건소들은 백신이 떨어지면 더 이상의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유정란 배양을 통한 백신 생산에만 5∼6개월이 걸리는 탓이다.
전국 240곳의 보건소가 65세 이상 노인층과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확보한 독감백신은 460만명 분량.1곳당 2만여명 안팎이다. 서울 Y보건소의 경우 일반 성인은 병·의원에서 접종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관내 48만명의 주민 중 2만 3000명분을 확보한 S보건소 관계자는 “접종자가 몰려 독감 백신이 조기에 바닥나도 추가 공급을 요청하지 말라는 게 상부 지침”이라고 말했다.
독감백신은 원액 전액을 외국에서 수입하며 한 병에 1명분의 용량이 든 고급형 완제품과 2∼6명분의 용량이 든 일반형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안동환 김준석기자 sunstory@seoul.co.kr
2005-1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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