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장 사표 수리] “사퇴에는 거부의 뜻 담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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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기자
수정 2005-10-17 08:16
입력 2005-10-17 00:00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강정구 교수사건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와 관련해 수사지휘가 내려온 순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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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검찰총장
김종빈 검찰총장
특히 김 전총장은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거부하는 뜻으로 사퇴를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가 내려온 순간 소신을 정했다.”면서 “사퇴에 거부의 뜻이 담긴 것 아니냐.”고 밝혔다.

김 총장은 경찰의 구속지휘 요청을 받자 천 장관과 의견을 조율해왔다.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12일에도 천 장관과 통화하면서 마지막까지 이견을 좁히려 했다.

하지만 전화통화에도 불구하고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사퇴할 뜻을 굳혔다. 김 총장은 다음날인 13일에도 사퇴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참모진들의 간곡한 만류로 거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총장이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수사지휘라는 치욕을 당했다는 내부 강경한 의견을 의식하듯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며 일선의 의견을 지키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가급적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처리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수사지휘를 거부하면 검찰이 통제받지 않는 기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조직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권한행사였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검찰수뇌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내부 반발을 줄이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물러나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 총장은 참모들이 만류하지 못하도록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도 사의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사의를 밝히려했다면 참모들의 만류 때문에 불가능했을 것이다.”면서 “다른 간부들 모르게 사직서를 법무부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니 일선에서 동요하거나 반발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뒤 정상명 대검 차장으로부터 철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신자인 김 총장은 사직서를 법무부로 보낸 후 가족들과 함께 평소 즐겨다니던 근교의 사찰을 방문해 마음을 다스린 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0-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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