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수파문 행정·검찰권 충돌 ‘초유사태’ 오나
박경호 기자
수정 2005-10-13 09:38
입력 2005-10-13 00:00
이번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한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에는 법무부 국감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듯이 언젠가 사건에 개입하고 지휘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리자 ‘수용 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는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여권의 견해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지휘 요청을 받고 5일 동안 고심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구속’이었다. 국보법의 폐지 논의가 있었고 국보법 적용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엄연한 실정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고심과 장고 끝에 중대한 국보법 위반 사례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휘권 발동은 천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인권 수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공안 사건 등의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다른 미묘한 사건에서도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야당이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어 자칫하면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집단반발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발동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지난 49년 당시 임영신 상공장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구두로 발동된 적은 있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기시됐다. 물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시절에는 송두율 교수 구속여부를 두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갈등이 생기며 지휘권 발동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와 법무부-검찰 조직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난 54년 이른바 ‘조선(造船)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0-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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