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8> 문방사우(文房四友)
이언탁 기자
수정 2005-10-11 00:00
입력 2005-10-11 00:00
“붓에는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동양의 붓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쓰이지만 서양의 펜은 강하면서도 약하게 쓰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붓을 통해 선비들은 ‘은근하면서도 강렬한’ 문화전통을 이어 왔습니다.” 그는 정신이 맑아지는 새벽, 작업에 들어간다. 하루에 만드는 붓은 평균 50여자루. 한 자루의 붓이 만들어지기까지 모두 150회가량 손길이 간단다.
한국 전통의 황모필(黃毛筆) 만들기 40년. 이씨는 족제비 털(황모)을 사용한 한국 전통 붓 제작에 있어 국내 독보적인 존재다.
그가 다른 장인들과 다른 점은 미니모형 붓을 사용해서 휴대전화 줄을 만들 정도로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붓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좋은 붓은 효자보다 낫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되뇌이는 이씨는 “좋은 붓이란 모름지기 좋은 재료와 뛰어난 기술로 그리고 붓을 알고 쓰는 사람의 3박자가 맞아야 하며 무엇보다 만드는 사람이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붓이 사라짐과 함께 글자마다 먹을 찍어 쓰던 여유와 생각의 깊이가 얕아졌다.”면서 “붓에 서려 있던 조상들의 강직한 기개마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2005-10-11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