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돈 챙기려 ‘빨간 조끼’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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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0-10 00:00
입력 2005-10-10 00:00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구속을 지켜보는 이 땅의 노동자들은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함께 끝없는 절망감을 느꼈으리라.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 간부가 어떻게 이처럼 타락할 수 있단 말인가. 구속영장을 보면 그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 시절 택시사업자측에 먼저 돈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택시기사 월급제 실시와 유류 부가세 감면분 사용 문제 등에서 사용자측에 유리하도록 협조하는 조건으로 돈을 챙겼다. 게다가 지난해 2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 선임된 이후에도 뒷거래를 계속했다. 앞에서는 ‘빨간 조끼’를 걸치고 선명성과 투쟁의 기치를 내세우면서 뒤로는 내 주머니 챙기기에 열을 올린 것이다.

올 들어 기아·현대차 채용비리, 노조발전기금 유용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한국노총의 전·현직 지도부를 비롯, 양대 노총 단위사업장의 노조위원장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노동계는 그 때마다 ‘뼈를 깎는’ 반성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실제 바뀐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노동부장관 퇴진운동, 국제노동기구(ILO) 부산총회 보이콧 등에서 보듯 자신들의 잘못을 정부 등의 탓으로 돌리며 호도하기에 급급했다. 조합원들이 노조 간부를 상징하는 ‘빨간 조끼’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노조 조직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11%까지 떨어진 것도 노조 간부들의 권력화한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계는 과거처럼 적당한 변명과 사과로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 선진국 노조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금 삭감과 근로시간 연장을 자청하고 있지 않은가.

2005-1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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