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의원님 공부 좀 하시죠”/박경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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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10-10 07:50
입력 2005-10-10 00:00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 현장. 기자는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 삼성과 관련된 안기부 X파일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송곳같은 질의를 기대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뿐이었다.

A 의원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국정원 도청사건이었다.“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왜 체포해 조사하지 않습니까.”하지만 김 전 차장은 이미 전날 체포된 상태였다.“어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대답한 김 총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B 의원은 검찰인사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장황한 설명에다 자기 주장까지 편 뒤 따졌으나 “의원님, 그건 법무부 소관”이라는 김 총장의 답변을 들어야 했다. 번지를 잘못 찾은 것이다.

C 의원은 질의를 빗대 최근 자신이 고소한 사건의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사건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검찰에 사건 당사자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추상같은 질의 대신 맥만 풀리게 하는 질의는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계속됐다.D 의원은 국감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추궁하면서도 누가 누구의 유서를 써준 것인지도 헷갈려 했다.

여러 기관을 짧은 기간에 감사하려다 보면 의원들이 한두가지 실수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의원들의 질의행태는 피감기관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다 자신의 신분을 잊은 것이나 다름없어 아쉽기 그지없었다. 이러니 “우리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던 검찰간부의 독백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검찰 행태도 이런 의원들 못지않게 국감현장을 맥빠지게 한다. 국민들이 궁금해 할 만한 문제가 나오면 ‘수사중’이라며 답변을 얼버무리는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법사위 국감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이런 검찰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탓하기에 앞서 국민의 효자손이 되어야 할 ‘존경하는 의원님’들이 좀 더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길 기대해본다.

박경호 사회부 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0-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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