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위해선 회장님도 셋방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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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상 기자
수정 2005-09-30 07:41
입력 2005-09-30 00:00
‘회장님도 셋방살이’

주요그룹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사옥을 팔고 세들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옥을 매각하는 것은 자칫 자금난으로 비쳐져 증시나 직원들의 사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금기사항’으로 여겨져 왔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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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LS회장, 현정은 현대회장, 최태원 SK회장(왼쪽부터).
구자홍 LS회장, 현정은 현대회장, 최태원 SK회장(왼쪽부터).
SK가 최근 인천정유 인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을 메릴린치에 4500억원에 매각키로 한 것은 사옥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린동 사옥은 최태원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의욕적으로 추진한 건물.1999년 완공이후 주력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이 둥지를 틀면서 ‘SK 전성시대’를 함께 열었다.SK텔레콤이 을지로로 옮겨간 이후에도 34층에 최 회장 집무실이 있고 35층에는 최종건 1대 회장과 최종현 2대 회장의 흉상이 설치돼 있어 SK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SK는 사옥 매각 이후에도 현 빌딩을 5년간 임대할 예정이며 최태원 회장 집무실도 남을 계획이다. 최 회장은 용산구 청암동 자택도 전셋집이어서 집과 사무실이 모두 전세인 이색 경력을 갖게 됐다.

SK 관계자는 “사옥을 매각하면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굳이 부채를 늘릴 필요가 있느냐.”면서 “선대회장이 ‘땅 좁은 나라에서 부동산에 욕심내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덜한 그룹 전통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2010년 10대그룹 진입을 천명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는 현대그룹 역시 ‘셋방살이’신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이 갖고 있던 계동사옥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한 이후 그룹사옥을 마련하지 못했다. 고 정몽헌 회장 시절에는 계동사옥을 빌려 썼고 현정은 회장은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빌딩에 집무실을 차렸다가 KCC와의 경영권 분쟁이 완료된 지난해 초 현 적선동 현대상선 빌딩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현대상선 빌딩은 2001년 프랑스계 투자회사에 팔린 터여서 현대그룹을 상징하는 건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LG그룹에서 분리된 LS그룹도 아직 사옥을 마련하지 못했다.LS그룹은 현재 삼성동 아셈타워 5개층에 LS전선,E1,LS니꼬동제련이 입주해 있고 LS산전은 서울역 연세빌딩에, 극동도시가스는 답십리에, 가온전선은 마포 LG빌딩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등 ‘이산가족’ 신세다. 구태회·평회·두회 명예회장과 구자홍 회장 집무실도 아셈타워에 세들어 있다.



올초 그룹 CI를 발표하며 새 출발을 알린 LS그룹은 그룹사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안양공장 맞은편 정보통신연구소 부지에 신사옥 설립을 검토중이지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0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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