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낙후지서 여생을 활활”
지난 2003년 정년퇴직한 전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박인규(60) 소방장에게는 지난 30년의 세월도 모자랐다. 모랫바람 뜨거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우리의 우수한 소방기술을 전수하는 소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소방장은 지난 1977년 소방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원래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그였지만 목회 대신 재난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택했다.30년 가까이 소방공무원으로서 화재진화는 물론 원인조사·진화전략 등의 업무를 두루 맡아 대통령포장을 받기도 했다.
퇴직한 만큼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보내도 좋으련만 박 소방장은 젊은 사람들도 선뜻 나서기 힘든 오지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4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탄자니아 파견 소방관 모집에 지원한 것이다. 그는 “퇴직 직전부터 개발도상국에 가서 소방관련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소망이었다.”면서 “공고를 보는 순간 여생을 이곳에서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솟았다.”고 회고했다.
파견요원으로 선발된 박 소방장은 사전교육을 받은 뒤 지난해 8월 의료진 2명과 함께 탄자니아로 갔다. 현지에서 약 3개월간 스와할리어를 배운 뒤 지난해 12월부터 다르살람시 소방서에서 자원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보다 더 넓은 면적에 인구 250만명이 사는 대도시에 소방관이 약 100명, 소방서가 단 한 곳뿐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진화에 사용되는 소방차량은 5대에 불과했고 그나마 3대는 낡고 2대는 너무 신형이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소방관이 없었다.
“화재가 발생해도 이를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의류공장 화재를 3시간 만에 진화했더니 여기서는 3일이 가도 못끄는 불을 껐다며 놀라더라구요.”
박 소방장은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일일이 현장에 따라나서 현장을 지휘하고 진화전략을 제시해주고 있다. 장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리는 것도 박 소방장의 몫이다.
이같은 박 소방장의 활약상은 현지 언론에도 크게 알려져 그가 시내를 지날 때면 사람들이 ‘파이어(Fire)’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한다고. 탄자니아 대통령도 한 만찬장에서 그에게 감사표시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탄자니아에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박 소방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장비와 지원부족. 소화기·응급구조장비 등 기본적인 물품과 소방관 교육을 위한 교재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박 소방장은 30일 출국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