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클릭 황우석/진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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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기자
수정 2005-09-28 00:00
입력 2005-09-28 00:00
“거 있잖냐…지난번 얘기한 그 잡지 좀 하나 사다 주라.” “그거 뭐 하시게요. 그만 하세요. 아버진 해당사항 없다니까요.” “….”

후배는 내뱉듯 말을 던지곤 병실을 박차고 나왔다. 뒤통수에 물끄러미 박히는 아버지의 눈길이 시렸지만 차마 되돌아서지는 못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병실을 찾은 후배의 눈에 그놈의 잡지가 들어왔다.

황우석…줄기세포…난치병…. 잔뜩 힘을 준 활자들이 아버지 머리맡을 점령하고 있었다. 후배는 가슴이 후욱 뜨거워지는 것도 같았고, 휘잉 하고 텅 비는 것도 같았다.“어디서 구했어요?이제 직성이 좀 풀리세요, 네?” 말없이 주섬주섬 잡지를 베개밑으로 우겨넣는 아버지를 후배는 또한번 타박했다.

“아버진 꿋꿋하셨어요. 남은 삶에 충실하려 하셨죠. 그런데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알려지면서 달라지십디다. 여유가 없어지고, 작아지셨죠. 아니 그 연구가 어디 하루이틀에 될 일입니까.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아버진 그 시간을 움켜잡으시려는 거예요.”

말은 이랬지만 기실 담배연기 뒤로 슬쩍 숨은 후배의 얼굴은 부친보다 더 쫓기는 듯했다. 오늘 밤에도 인터넷에서 황우석을 접속하고 있을 그의 클릭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5-09-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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