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손 잡아주는 ‘천사 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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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9-24 10:35
입력 2005-09-24 00:00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처한 분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철도원 김연진(52)씨는 6년째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평일에는 한국철도공사 구로차량사업소 차량관리원(과장)으로 열차의 안전운행을 돕지만 휴일이면 어김없이 ‘호스피스’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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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김연진씨
철도원 김연진씨
이 때문에 말기 암환자들이 거처하는 곳이 김 과장의 또 다른 일터다. 그는 주로 비번인 날 경기도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 성가병원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다. 격일 근무였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2번 정도 방문했지만 공사로 전환하면서부터는 방문 횟수를 주 1회로 줄었다. 그는 이곳에서 말기 암환자들의 세상과의 ‘이별준비’를 도와주고 있다. 가족들조차 외면하는 환자들 곁에서 말벗이 되어 줄 뿐만 아니라 남자 환자들에게는 목욕을 시켜준다. 지금까지 8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김 과장은 “임종을 목전에 둔 이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행복”이라며 계속할 뜻을 밝혔다. 생의 마지막 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장례지도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 과장은 성당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올해로 13년째다. 또 직장 동료나 이웃의 요청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간다.2003년에는 장례지도사 자격증까지 땄다. 한 달에 2번 정도 염(殮)에서 발인(發靷)까지 장례일을 돕지만 수고비는 일절 거절한다. 인연을 맺은 독거노인들이 쓸쓸히 사망하면 사비를 털어 망인의 수의를 준비해 주는 것은 물론 장례까지 치러준다. 노모(72)에 2남을 둔 어엿한 가장이 시신을 만지고, 암환자를 찾아다니는 일에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그의 설득에 가족들도 아름다운 이중생활을 인정한다.“이제 시작”이라는 김 과장은 “순전히 나의 몫이지 자식들에게까지 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05-09-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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