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북사업 ‘새틀’
수정 2005-09-14 09:38
입력 2005-09-14 00:00
“대북사업이 기로에 서 있다.”는 현정은 회장의 발언에서 현대가 대북사업의 새 틀을 짜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남북평화사업 성격이 짙었던 현대의 대북사업은 최근 북측과의 관계 악화로 이미 ‘머니게임’으로 바뀌고 말았다.
●北, 현 회장 입장발표에 불만 표시
최근 북측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1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한 북측인사는 현정은 회장이 전날 발표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금강산관광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 퇴진을 빌미로 금강산관광을 축소하면서 현대를 압박한 북측은 롯데관광에도 개성관광 사업 참여를 제의했다.
현대측에 개성관광 대가로 1인당 150달러를 요구한 북측은 롯데에는 이보다 많은 200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관광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면서 관광 대가를 올려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대아산이 지난 2000년 북측에 5억달러를 내고 ▲주요 명승지 관광사업 ▲철도 연결 ▲통신 ▲전력 공급 ▲금강산댐 수자원 이용 ▲임진강댐 ▲통천비행장 등 ‘7대 사업 독점권’을 따낸 바 있어 개성관광이 실제 복수사업자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롯데측도 “수익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고 밝혀 북측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대,“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는다”
현대그룹은 최근 북측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다. 금강산사업 대가로만 북측에 9억 42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의 ‘퍼주기’에서 비즈니스 관점으로 대북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북측의 요구에 굴복해 얻는) 비굴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현대아산은 최근 한화콘도 등을 운영하는 한화국토개발측에 금강산·개성관광 공동투자를 제의했다. 현대아산으로서는 이미 금강산에 콘도 건립을 추진 중인 한화개발을 개성관광에 끌어들여 투자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한화측은 레저사업 노하우를 살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측은 또 교직원공제회에도 투자를 제의한 상태며 앞으로도 관광·레저업체와 유통업체 등에 대북사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입점업체들에 공간을 대여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처럼 대북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북사업의 성격상 수익성만 앞세울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사업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김 부회장 퇴진을 계기로 이른바 ‘김윤규식’ 대북사업을 접고 철저한 비즈니스로 대북사업을 끌고 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에 하나 북측이 현대측의 방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북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대북사업은 크게 매력이 없다.
현 회장은 이미 “대북사업이 기로에 서 있지만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속내를 밝혔다. 바꿔 말해 북측이나 국내 여론이 결정해주면 대북사업을 털고 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광공동체 조항원 대표는 “지금까지 현대의 대북사업은 김윤규 부회장의 비리·전횡 의혹에서 나타났듯이 투명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개인의 판단이나 사적 인연 등에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09-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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