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의 천재’ 에펠 그의 고뇌·기쁨·투쟁
임창용 기자
수정 2005-09-03 00:00
입력 2005-09-03 00:00
● 시인 말라르메 “꿈을 능가했다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단순한 높이를 너머 그 상징성과 역사성, 미학적 가치를 논한다면 파리 에펠탑에 견줄 수 있는 건축물이 있을까. 프랑스 상징파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는 “에펠탑이 나의 열광적인 꿈을 능가해버렸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고 했으며, 폴 고갱은 에펠이 새로운 장식미술을 창조해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에펠탑 없는 파리가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에펠탑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상징이 됐다.
에펠탑의 이같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탑을 세운 구스타브 에펠(1832∼1923)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에펠’(생각의나무 펴냄ㆍ이현주 옮김)은 에펠탑과 자유의여신상을 창조한 에펠의 생애와 에펠탑의 건축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에펠은 유럽 각지의 수많은 철교를 건설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자유의 여신상’ 내부설계와 파나마 운하 건설에 참여했다. 만년엔 항공역학 연구에도 몰두했으며, 철강을 주재료로 삼는 근대건축기술 초창기 이론과 실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 평범한 건축기사… 산업사에 철의 시대 열어
책은 천재공학자 에펠의 일대기를 에펠탑 건축과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근대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느꼈던 고뇌와 기쁨, 작업에서의 놀라운 성취, 다양한 투쟁 등 극적인 사건들을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들려준다.
처음에 다리를 건설하는 평범한 건축기사였던 에펠은 특유의 치밀함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자신의 가치를 빠르게 높여나갔다. 교량 건설에 ‘철’을 처음으로 도입한 그는 철을 이용한 구조물 건설기술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으며, 이같은 경험에 힘입어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만국막람회와 맞물려 거대한 구조물, 즉 에펠탑 건설의 기회가 주어진다.
● 철 7300t·철판1만3038개 사용
공사 도중 그는 갖은 모함과 비난은 물론이고, 건설비용 부족 등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탑에 사용된 연철(鍊鐵)은 무게만 7300t이었고, 사용된 들보와 철판이 무려 1만 3038개에 달했다. 총 공사기간은 2년 2개월 5일, 탑의 높이는 약 300m(통신용 안테나를 합하면 320m)였다.
19세기 파리는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권력의 도시였다. 태풍과도 같은 대변혁의 시기를 삶 전체로 관통해나가는 천재공학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짜릿한 느낌을 갖게 하는 책이다.1만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9-03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