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3090명 명단공개] 연좌제 아니라지만… 후폭풍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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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환 기자
수정 2005-08-30 14:20
입력 2005-08-30 00:00
민족문제연구소에 의한 친일인사 3090명의 명단 발표는 해방 이후 미완의 역사로 남은 친일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해방 직후 반민특위의 친일 규명 활동이 흐지부지되면서 친일 세력이 기득권 세력으로 온존해온 우리 근·현대사에 민족 내부의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에 큰 획을 긋는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역사바로세우기의 첫걸음

발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방응모, 김성수, 이광수, 김활란, 홍난파 등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유명 인사의 일제하 주요 행적인 이른바 ‘친일행적’이 낱낱이 담겨 있다. 편찬위 작업에 참여한 학자들은 일제시대 친일인사들의 행적을 역사에 남기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수 인사가 정규교육과정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항일 운동가’로 알려졌던 역사왜곡도 바로잡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역사바로잡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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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개명으로 40년대 연구 한계

편찬위는 친일인사 검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해방 이후의 증언과 기록물을 모두 배제했다. 주요 검증 사료는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45년 광복까지로 제한했다. 문제는 태평양전쟁 강제동원과 징병 등 일제하 친일행위가 극성을 부렸던 40년대에 대한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1940년대 들어 거의 모든 친일인사가 창씨개명을 하면서 총독부 등의 공식 기록에는 창씨개명만 남아 있다.1930년대 이후 친일인사의 행적이 상당부분 사라진 이유이기도 하다.

기준설정의 모호함 등 논란의 소지

그러나 한 단체가 역사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기존 사학계의 반발, 기준 설정의 모호함 등은 이번 발표에 따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 역사관련 연구기관 관계자는 “친일 역사에 대한 일개 단체의 해석일 뿐 학문적인 토론은 좀 더 필요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중앙대 신광영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가 직위 위주로 이뤄져 신분 고하에 상관없이 반민족 행위에 앞장선 행위자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명단 정리에 참여한 성균관대 서중석 사학과 교수는 “순사와 면서기 등 하위직은 생계형 부역자일 가능성이 높아 친일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미 친일 후손들이 사회 곳곳에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의 찬반논쟁이 팽팽한 것도 이의 방증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당사자나 유족들의 민·형사상 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친일 후손들이 협조해야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부끄러운 점은 당사자의 고백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편찬위가 이날 후손에 대한 어떤 연좌제적 공격이나 정략적인 이용을 반대한다고 강한 어조로 밝힌 점도 친일 유족단체의 법적 소송 등 압력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려대 정태헌 사학과 교수는 “한 개인을 단죄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이제야말로 후손들이 적극 친일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5-08-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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