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빛’ 선물한 ‘아름다운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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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 기자
수정 2005-08-20 10:37
입력 2005-08-20 00:00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끝내고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8월 말.70명 남짓한 안과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뒤늦은, 하지만 ‘특별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해외로 떠난다.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실명(失明)을 막아보기 위해서다. 행선지는 캄보디아, 몽골, 파키스탄, 중국 등 아시아 4개국. 수백만원씩의 경비를 스스로 충당해 21일 여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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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휴가’를 보낸다는 안과질환 치료봉사단체 ‘비전케어’ 소속 의사가 지난 2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비전케어 제공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휴가’를 보낸다는 안과질환 치료봉사단체 ‘비전케어’ 소속 의사가 지난 2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비전케어 제공
개발도상국의 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지만 특히 안과는 심각하다. 캄보디아로 가는 간호사 김경자(37)씨는 “결막염은 아주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지만 이 나라들에서는 그냥 방치돼 실명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면서 “노인들도 백내장 수술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과 봉사가 시작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명동성모안과 김동해(41) 원장은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의료봉사자로부터 안과 치료의 필요성을 전해 들었다.

이듬해 기독교 단체와 연계해 ‘비전케어(VCS·Vision care service)’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이후 1년에 두 차례씩 지금까지 6차례 이 나라들로 가서 환자들의 눈병을 치료해 주었다.

김 원장은 “선진국은 실명률이 0.4%도 안 되지만 캄보디아, 베트남 등은 그 몇배에 이른다.”면서 “겨우 10만원이 없어 평생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봉사단이 하는 일은 개안(開眼)수술 같은 거창한 활동이 아니다.

가벼운 눈병 치료와 백내장 수술이 대부분이다. 워낙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많다 보니 당장 치유가 가능한 사람들부터 도와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몽골로 떠나는 의사 김한규(38)씨는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평생 겪는 크나큰 고통”이라면서 “내 손으로 단 한 사람이라도 실명의 위기에서 건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의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웃었다. 현지 의료진에 수술법 등 선진 의료기법을 가르치는 것도 그들이 하는 일이다.

치료와 수술은 간단해도 필요한 짐이 만만치 않다. 수술과 검안에 필요한 대형 기계에서 작은 주사기까지 모두 국내에서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문제는 앞으로 큰 숙제다. 현재 한 나라당 1주일 기준 1000만원의 비용을 회원 자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점차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어서다.

올 3월 비영리단체로 등록, 일반인들의 후원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내년에는 봉사를 나갈 나라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란, 이집트 등 12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름휴가도 없다고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어둠 대신 빛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휴가 아닌가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5-08-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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