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역사 직시해 인권경찰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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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 기자
수정 2005-08-18 00:00
입력 2005-08-18 00:00
“불행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경찰 앞에서 인권을 말하게 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1980년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탄압의 대표적 희생자였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을 찾아 ‘평화와 복지국가 시대의 경찰’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 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 시절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근안(당시 경감)씨로부터 23일간 온갖 고문을 받은 민주화 운동가가 20년만에 장관으로 경찰 앞에 다시 선 것이다.

“경찰이 나를 인권강사로 초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경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해 모든 일정을 미루고 이곳에 왔습니다.” 김 장관은 경찰이 지난달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인권기념관을 세우기로 한 데 대해 남영동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끄러운 역사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독일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 것처럼 경찰도 당시의 고문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을 고문했던 이근안씨에 대한 소회도 덧붙였다.“올초 여주교도소에 있는 이씨를 면회하기 전 두렵고 고통스러운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씨도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의 또다른 희생자임을 알기에 이제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김 장관은 “국민들의 인식 속에는 독립투사들을 탄압한 일제 경찰이 우리 경찰의 뿌리가 됐다는 역사적인 오해와 불신이 남아 있다.”면서 “이런 시선을 털고 가는 것이 경찰의 정통성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연에는 허준영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직원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5-08-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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