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럴해저드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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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기자
수정 2005-07-28 00:00
입력 2005-07-28 00:00
“주변 동료의 내부고발이 한 건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내부 직원이 65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가로채 해외로 도피한 사건이 발생한 국민은행의 준법감시실 관계자는 27일 “동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땅을 쳤다.200억원어치의 CD를 가로챈 조흥은행 직원은 지난해말 고객만족 우수사원으로 뽑힌 경력도 있어 은행측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과 조흥은행의 ‘CD 사고’를 계기로 은행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허울뿐인 윤리교육

시중은행들은 올해를 ‘윤리경영의 해’로 선포하고 금융사고 0건을 목표로 저마다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모든 임직원들이 윤리강령 실천을 다짐하는가 하면 내부고발보호제도, 청렴계약제, 준법자기점검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윤리마일리지까지 부여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서류에만 있을 뿐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한 시중은행의 상계동지점 직원은 “잊을 만하면 윤리강령 서류가 본점에서 내려오지만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입사 1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윤리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한탕’하고 튀고 싶은 유혹이 강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실 관계자는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내부고발제도이지만 1년에 4∼5건의 제보에 그치며 그나마도 직원간 다툼을 둘러싼 신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벌백계 없고, 사면만 신경

연말정산시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이용해 자신의 카드 사용액을 부풀려 부당하게 소득공제를 받은 은행원 1000여명이 지난 5월 금융감독원에 적발됐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아직도 이들의 징계를 미루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사문서를 위조했기 때문에 엄연히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우리, 신한, 국민은행 등이 감봉 처분을 내렸을 뿐 다른 은행들은 여전히 징계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07-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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