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 토종자본 역차별 ‘논란’
특히 내년 중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국내에 유치, 한국투자공사(KIC)의 위탁자산을 맡긴다는 방침이어서 시장진입과 관련해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논란마저 일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상반기 외국계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를 제외하곤 국내자본의 자산운용사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해 금감위와 접촉했으나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부실 자산운용사가 많아 신규설립 인가가 어렵다는 대답을 얻었다.”면서 “내부적으로 신규인가 불허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기존의 다른 업체를 인수하려 했으나 부실 자산운용사들이 신규인가를 불허한다는 당국의 방침을 알고는 몸값(인수가격)을 마구 올려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바라는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에도 배치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려면 자본금 100억원 이상과 펀드운용 전문인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며 재무건전성 등에 큰 문제가 없으면 당국은 허가를 내줘야 한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신규 인가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업계의 과당경쟁으로 부실이 늘어 사업계획에 맞게 심사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산운용사 45개사 중 13곳은 자기자본을 잠식하고 있으며 30여곳이 흑자를 내지만 상당수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영업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금감위는 경영실태 평가제도를 개선, 재무건전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자산운용사를 강제 퇴출시키는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는데에는 최소한 1∼2년이 걸리고 이 기간에 국내자본의 신규인가를 불허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내부 방침이다. 앞서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자산운용업계의 부실 때문에 부동산이나 인수·합병(M&A) 등에 국한된 전문 자산운용사만 설립인가를 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달 발족한 KIC의 정부 위탁자산 200억달러를 내년 중 외국계 자산운용사 10∼20개에 위탁하기로 한 것은 역차별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자산운용사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면서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자산운용사를 세우려는 국내자본에 인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업계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시장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려는 국내자본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가 과당경쟁이라고 금융당국이 신규인가를 인위적으로 불허해서는 안된다.”면서 “국내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업계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의 기본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