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85)-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1)
수정 2005-07-11 00:00
입력 2005-07-11 00:00
제1장 浩然之氣(11)
“어인 일로 베를 자르십니까.”
그러자 급씨가 이렇게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내가 너에게 글공부를 시킨 것은 쓸모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 너는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구나. 그것은 마치 내가 지금 베어버린 베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린 것과 같다. 잘라버린 베는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물건이 아니겠느냐. 네가 지금 잃어버린 물건과 같은 하찮은 일에 정신이 팔려 공부에 전념하는 것을 잊고 돌아온다면 이는 마치 허송세월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베를 잘라 아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해서 ‘단저교자(斷敎子)’혹은 ‘맹모단기(孟母斷機)’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맹자의 일생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즉 공부를 중단하는 것은 다 짠 베를 잘라버리는 일과 같다는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인식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베를 짜서 이득을 얻는 이(利)보다 의(義)가 중요함을 어린 맹자는 터득하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맹자의 어머니는 생계의 수단으로 베를 짜서 이를 팔아 자식을 교육시키며 살아가고 있었던 듯 보이는데, 맹자의 어머니는 먹고 사는 생계보다는 학문에 전념하는 인의가 더 값어치 있는 일임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맹자는 두 번째 이사 간 시장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장사꾼들을 통해 이익의 소중함을 이미 터득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베를 스스로 잘라버림으로써 공리(功利)보다는 인의(仁義)를 실천해 보인 것이다. 어머니의 이런 결연한 태도는 맹자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맹자’의 첫 장은 양(梁)나라의 혜왕(惠王)이 맹자에게 이렇게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대가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不遠千里)’ 이곳에 왔으니 또한 장차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利)롭게 할 것입니까.”
이에 맹자는 단호히 대답한다.
“어찌하여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왕께서 ‘무엇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하고 생각하시면 대부들은 ‘무엇을 가지고 우리 집을 이롭게 할까’생각하며, 또한 백성들도 ‘무엇을 가지고 내 몸을 이롭게 할까’생각하여 위의 삶과 아래의 삶이 서로 이익을 다투게 되며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맹자의 이 말은 물론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는 공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공자는 눈앞의 이익이 닥쳤을 때는 먼저 의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이익을 보거든 의를 생각하라(見利思義)’,‘의롭다는 것을 안 뒤에야 재물을 취하라(義然後取)’라고 말하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롭지 못하게 구한 부귀는 내게는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맹자’의 첫 장 첫 구절이 이처럼 ‘공리’보다는 ‘인의’의 중요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물론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설법을 펼친 것임을 알 수 있지만 그 보다도 자신의 눈앞에서 결연히 베를 잘랐던 어머니의 모습이 얼마나 맹자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2005-0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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