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우 3년만의 소설집 ‘젊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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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기자
수정 2005-07-08 00:00
입력 2005-07-08 00:00

모순된 사회 향한 비판 담은 중편 2편 묶어 디지털·영상세대의 거친 글쓰기에도 쓴소리

“요새 소설 써봐야 재미있어 하지도 않고, 또 내 나름대로 내 세계를 고집스럽게 지켜나갈까 말까 고민도 됐고…. 무엇보다 학교 생활이란 게 짬이 안 나요. 체력도 부치고.”

소설가 김원우(58·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3년 만에 소설집 ‘젊은 천사’(세계사)를 펴냈다. 전작 ‘객수산록’을 내놓고 꼬박 2년간 “심신이 괴로워서”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했다는 그다. 이번 소설집은 마음을 다잡고 지난 겨울과 올 여름, 계간지 ‘작가세계’에 잇따라 발표한 중편 ‘젊은 천사’와 ‘벙어리의 말’을 묶은 것이다. 각각 원고지 482장,490장에 달하는 묵직한 분량이다.

현실의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각과 첨예한 비판의식으로 요약되는 그의 작품세계는 성벽처럼 견고하다. 우리말에 천착하고, 남달리 문장에 집착하는 스타일도 우리 문단에서 독보적이다. 이번 소설집은 이같은 작가의 특성과 30년을 이어온 문학적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천사’는 지방대학의 교수사회를 프리즘삼아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그려낸 작품. 작가는 화자인 김 교수의 입을 빌려 허술한 교육제도부터 출판계의 관행, 폭압적인 국가권력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모순들을 냉소하고 조롱한다.

‘벙어리의 말’은 우리 문단 풍토에 대한 통렬한 일갈이다. 지난해 봄, 한 계간지에 후배 작가인 김영하·배수아·정이현의 작품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소설 양식을 빌려 자신의 문학관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화자인 문예창작과 교수 ‘나’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요즘 학생들 가르치다 보면 깜짝 놀라요. 우리말을 다듬는 건 고사하고, 토씨를 빼먹거나 어미를 잘라내는 일이 다반사예요. 오문이나 비문도 수두룩하고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대글 등 디지털문화의 영향인데 이게 다 원시의 문장이고, 야만의 문장입니다.”

서사보다 문장 구조의 튼실함이 먼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문장만 되면 서사는 그대로 따라온다는 것. 그는 “문장엔 우열이나 선악의 구분이 없다. 다만 정치(精緻)한 문장과 유치한 문장이 있을 뿐”이라면서 “정치한 문장을 고집하는 내 세계가 초(秒)를 다투는 디지털문명 아래서는 통하지 않는 듯한 자격지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엽기성, 야성 등 지나치게 거친 면면에 치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행처럼 차용되는 영화적 기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내 소설은 하나도 영상화된 게 없어요. 구슬픈 자랑이라고 해야 되나. 영상과 소설은 전혀 달라야 합니다. 예전에는 영화가 소설을 베꼈는데 지금은 소설이 영화를 베끼고 있으니….” 조만간 이같은 생각들을 담아 소설이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로 7년째 대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2∼3주에 한번씩 서울행 발걸음을 하는 ‘주말 가장’이다. 학기 중에는 맘 편히 글 한 줄 읽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생활의 연속이다. 방학때 아니면 소설을 쓸 엄두는 아예 내지 못한단다. 방학인데도 연구실에 머물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연거푸 두 편을 쓰느라 스트레스가 심해서 탈진상태예요. 당분간 쉬면서 밀린 책이나 읽어야지요.”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7-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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