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중년의 자화상/이호준 인터넷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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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7-04 00:00
입력 2005-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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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는 시작부터 흥청거린다. 직장에서 고위임원으로 승진한 친구가 마련한 자리다. 밀려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나이에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은근히 부럽다. 술이 거나해지면서 성공한 친구들의 무용담(?)이 무르익는다. 골프, 거금을 벌게 해줬다는 아파트, 유학 간 애들….

하지만 친구끼리라도 빈부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래갈 리 없다. 화제는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달리한 친구 얘기로 흐른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친구였는데, 어쩌다….” 그랬다. 성실했으며 순리대로 살아온 친구였다.“스트레스 엄청 받았다잖아. 착하다고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취미 하나쯤 가져라. 그게 오래 사는 길이야.” 한 친구의 충고가 귓전을 떠나지 않지만 답답함은 더한다. 말이 그렇지 스트레스 안 받고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낸담.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마음대로 되나…. 다음날 아침, 최근 큰 맘 먹고 산 카메라 때문에 입이 나와 있는 아내에게 한마디 던진다.“당신, 남편 목숨보다 그까짓 돈 몇 푼이 더 귀해?”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7-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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