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보수파 천윈 ‘이유있는 추모’
지난 3일부터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에서 ‘천윈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시작됐고,8일엔 상하이(上海) 칭푸(靑浦)에서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기념 주화·우표는 물론 각종 관련 출판물 간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과 인민일보 등 관영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천윈 띄우기’에 나섰다.
천윈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에 맞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집했던 골수 보수파였다.‘새(경제)는 새장(계획경제)에 가둬야 한다.’는 ‘조롱 경제론(鳥籠經濟論·새장경제론)’을 설파했고 공산당의 대표적 경제전문가로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부터 계획경제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1995년 사망할 때까지 개혁·개방정책의 발목을 잡았던 덩샤오핑의 최대 정치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덩샤오핑의 공식 후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의 4세대 지도부가 개혁·개방의 반대자를 찬양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의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천윈 추모는 후 당총서기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공산당 집권 강화’ 차원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인민일보 13일자 사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전면적으로 실천했던 천윈 동지를 본받자.”고 강조했다. 평생을 청렴한 공산당원으로 생을 마쳤다고 강조한 대목에선 부정부패에 물들어 있는 공산당을 향한 준엄한 비판이다. 최근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당원 정화운동과도 맥이 닿는다.
후진타오 시대의 최대 과제는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 이념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경제성장과 집권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 모두를 잡는 것이다. 천윈 추모는 다소 견강부회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자신의 반대자마저도 집권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실사구시’ 정신엔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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