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귀국] 5년여 유랑끝 피의자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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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기자
수정 2005-06-14 11:48
입력 2005-06-14 00:00
‘고희(古稀)되어 돌아온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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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서 잠적한 지 5년8개월 만에 입국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날개 잃은 이카루스’였다. 전 세계를 누비던 ‘세계 경영의 전도사’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얼굴에는 병색까지 엿보였다.

세계를 떠돌던 유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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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베트남 대우 하노이호텔에서는 교민들에게 목격되고 같은 달 18∼21일 베트남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사태 직후인 지난 99년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당시 출국 목적은 대우차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이었다. 그러나 행사에 잠깐 참석한 그는 이내 종적을 감추고 해외를 떠돌았다. 그간의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프랑스, 독일,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잠깐잠깐 목격됐을 뿐 거처는 베일에 가려졌다. 신분 노출을 꺼려 한 곳에서 오랫동안 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프랑스, 베트남, 태국 등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심지어 아프리카 수단에서 그를 봤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그는 종적을 감춘 뒤 2000년 1월 독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인근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과 심장병 치료를 받고 요양을 했다고 측근들은 전했었다.2000년 9월에는 김씨가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저택에 머물면서 주민들에게 인근 골프장과 편의점을 드나드는 것이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같은 달 니스 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교민들의 눈에 띄기도 했다.2001년 2월 대우차 노조는 김 전 회장이 부인 정희자(65)씨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골프장에서 목격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말부터는 그의 행보가 달라졌다. 그해 10월 태국에서 도올 김용옥씨와의 인터뷰를 빌려 근황을 알리는 동시에 대우사태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2003년 1월에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사태 이후 DJ정부가 출국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해 7월에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던 것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 친분이 두터웠던 조남기 전 장군 등 중국 인사들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서는 그의 귀국설이 점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3월에는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프랑스 차량제작 회사 로르사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로르사 회장이 2003년 초에서 2004년 말 사이에 김 전 회장을 서울의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 사업을 논의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유랑생활 어떻게 가능했나

김 전 회장은 2001년 3월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도 올랐다.2002년 말에는 한국 여권 유효기간이 말소됐고 언론 등의 집요한 추적에 걸려들어 쉽게 체포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는 87년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를 비교적 쉽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호화로운 생활은 못했지만 사업을 벌였던 여러 나라의 고위급 인사와 경제인들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전현직 권력층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연초 기자가 만난 베트남 현지 관계자들은 “아직도 김우중은 살아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였다. 국빈급 대우를 받았고 베트남 정부 경제연구소 자문위원이란 직함까지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또 프랑스 로르사의 고문을 맡아 아시아지역 사업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면서 고정 보수를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그가 도움을 줬던 정치권 인사와 경제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5-06-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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