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다보면 길에서 많이 배우죠”
나길회 기자
수정 2005-06-17 14:27
입력 2005-06-13 00:00
도보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대회에 도전한 조현정(31)씨는 “뛰는 데 소질이 없어 시작한 걷기에 푹 빠졌다.”면서 “그냥 걸으면 마냥 좋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나온 박재영(22)씨는 “힘들다.”를 연발하면서도 “길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회 참가자는 55명.50㎞에는 37명이 도전,12일 새벽 32명이 1차 결승점(장평교)을 끊었다.100㎞에 도전한 18명 가운데에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다 걸은 사람들은 ‘완보증’을 받았지만 순위나 기록은 없다.‘먼저’나 ‘빨리’보다는 ‘끝까지’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100㎞ 중 고비는 75㎞ 지점. 이곳에서 다들 신발끈을 고쳐맸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부르튼 발을 식힌 뒤 붕대를 맸다. 카페를 처음 만든 박용원(54)씨는 “50세 되던 해 서울에서 삼천포까지 402㎞를 8일 하고도 반나절 만에 걸었다.”면서 “걷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회를 처음 구상한 사람은 카페 회원 김희곤(34)씨. 함께 원없이 걸어보자는 뜻에서 지난해 10월 대회를 마련했다. 식사와 간식을 4차례 제공하면서도 회비는 단 1만원. 김씨는 “걷기가 좋아서 걷는 건지, 걷다 보니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면서 “다들 왜 걷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목포를 거쳐 서울까지 총 900㎞를 걸어봤다는 김수복(35)씨는 걷기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았다.“왜 걷냐고 물으면 처음엔 그냥 ‘미쳐서’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등산과 달리 걷기에는 정상이 없습니다. 길이 있는 한 끝없이 걸을 겁니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5-06-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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