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전덕형 10초34 ‘마의 벽’ 깬다
수정 2005-06-07 08:04
입력 2005-06-07 00:00
현재 남자 100m 한국기록은 1979년 9월9일 멕시코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49·해군사관학교 체육과) 교수가 작성한 10초34. 팀 몽고메리(미국)가 2002년 9월 세운 세계기록(9초78)과 일본의 이토 고지가 98년 12월 수립한 아시아기록(10초F)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 가장 오래된 부끄러운 기록이다.
불명예를 깨기 위해 ‘한국 단거리의 희망’ 전덕형이 지난해 10월 일본 도카이대로 건너가 기록과의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토와 ‘일본 단거리의 샛별’ 수에쓰구 신고(25·10초03) 등을 키워낸 ‘명장’ 미야카와 교수에게 1대1 교습을 받으며 구슬땀을 쏟고 있는 것.
초반 미야카와 교수는 전덕형에게 가벼운 조깅을 시켰다. 주법을 지켜본 교수는 대뜸 지적했다. 스타트부터 끝까지 앞꿈치로만 콕콕 찍듯이 달리지 말고 뒤꿈치부터 디디면서 발바닥 전체로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혼냈다. 전덕형은 그대로 따라 훈련했고, 뭔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감지했다. 또 파워가 월등한 서양선수들처럼 무턱대고 무릎을 높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쭉 뻗으며 스피드를 살리는 주법도 병행됐다.
점차 새 주법이 몸에 익고 뜀박질에 적합한 근육만 몸에 남게 되면서 전덕형의 스피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야카와 교수는 전덕형에게 기록에는 신경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대구 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보름동안 스파이크도 신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피드 감각을 몸에 익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 전덕형은 4년 전 세웠던 자신의 100m 최고기록 10초62를 0.11초나 앞당겼고 이튿날 열린 200m 경기에서는 한국기록 보유자 장재근(20초41) 이후 20년만에 20초대 기록인 20초98을 끊기도 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한국기록 경신 가능성은 짙다. 전덕형의 100m 기록 경신 도전에 한국 육상계가 몹시 들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日육상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될 겁니다.”일본 육상의 대부 미야카와 지아키(58) 도카이대 교수는 요즘 대한해협 너머의 한 청년에게 푹 빠져 있다.
미야카와 교수는 “신체조건이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데다 성실성까지 갖춰 앞으로 계속 기록을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복근력이 부족해 일본으로 돌아가면 체조 코치를 초빙해 복근을 강화하고 자신보다 빠른 경쟁자들과 연습시키며 스피드를 끌어올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일본 국가대표로 뛰며 10초30을 기록했던 미야카와 교수는 “당시에는 한국 육상이 아시아 최고였었다.”면서 “동양인들이 9초대를 돌파해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06-07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