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반구제기(反求諸己)/이용원 논설위원
수정 2005-06-04 00:00
입력 2005-06-04 00:00
‘반구제기’는 유학의 4서5경 가운데 하나인 ‘예기’에 처음 등장한다. 예기 ‘사의(射義)’편에는 ‘射者 仁之道也 求正諸己 己正而后 發 發而不中 則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라는 대목이 있다. 풀이하면 ‘활쏘기란 어짊으로 나아가는 길이다.(활을 쏠 때는) 스스로 올바름을 구해 내 자신이 바르게 된 뒤에야 쏜다. 쏘아서 적중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을 따름이다.’라는 뜻이다. 즉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반성하는 자세를 말한다.
공자도 ‘중용’에 비슷한 말씀을 남겼다.‘활쏘기에는 군자와 같음이 있으니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도리어 그 몸에서 (잘못을) 찾는다.’(원문 子曰 射 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라고 했다. 예기 사의의 구절은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도 거의 같은 문구로 인용됐다.
이 전 재판관이 사퇴하면서 하고많은 고전의 문구 가운데 왜 ‘반구제기’를 인용했을까. 아마 당초 주장한 대로 부인이 임대료 수입을 관리하고 세금을 처리해 그 자신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그같은 사실이 있었음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또 문제가 제기된 뒤로는 부인이 한 일 때문에 자신이 수십년 쌓아올린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일시에 잃는 것이 억울했을 수 있다. 그래서 진퇴를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고 ‘반구제기’로 심정을 표현했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수신·제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대학’에는 이 재판관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가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이 적잖게 들어 있다.‘그 명령하는 바가 백성이 좋아하는 것에 반대되면 백성이 따르지 않느니, 이런 고로 군자(지도자)는 스스로가 선한 뒤에야 남에게 선을 요구할 수 있으며 스스로에게 악이 없어야 남들의 악을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원문 其所令 反其所好而民不從 是故 君子 有諸己而後 求諸人 無諸己而後 非諸人)라는 대목이 그 좋은 예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6-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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