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여담] 그림 감상하며 키스한 적 있나요?/최광숙 문화부 차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06-04 10:45
입력 2005-06-04 00:00
그림을 감상하다 키스를 한 적이 있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입맞춤을 본 적이라도?

‘에이, 그림이 아니고 영화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저는 클림트의 명작 ‘키스’ 앞에서 ‘진짜’ 키스하는 두쌍의 커플을 봤습니다. 그것도 제 바로 코앞에서. 야하지 않으냐고요?절대로 아닙니다. 클림트의 그림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궁전에 걸려 있습니다. 이 궁전에서는 클림트뿐 아니라 실레, 코코슈카 등 19,20세기 화가들의 걸작품을 구경할 수 있어 항상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나 공예학교를 졸업한 이력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모자이크 타일형상과 금박이 나타나는 등 독특합니다.

저는 그의 대표작 ‘키스’를 보고자 바쁜 일정을 쪼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말이죠. 벨베데레 궁전의 큰 홀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키스’가 있는 방은 정말 숨막힐 듯 뭔가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본전 생각에 계속 그림 주변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림 앞에는 친절하게도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길다란 나무의자가 놓여 있더군요.

나무의자에 앉아 그림 속에 푹 빠져있을 때 한 커플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은 그림 앞에서 한참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잠시 후 키 작은 여자 아이가 까치발을 하더니 부인에게 키스를 하는 게 아닌가요? 키스가 끝난 뒤에야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다운증후군의 장애인 딸과 그 어머니였습니다. 눈과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한없이 행복한 얼굴이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또 다른 커플. 한 남자가 그림을 보면서 부인인 듯한 여인의 허리를 다정하게 끌어안더군요. 그림에 ‘중독’되어서인지 하나도 야하게 보이지 않았죠. 그 중년 남녀들도 그림과 하나가 되었는지 결국 뜨거운 입맞춤을 하더군요. 그들은 이미 그림속 주인공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이들 두쌍의 입맞춤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 명화란, 예술이란 저런 것이구나.”



클림트의 ‘키스’는 이렇게 우리들의 가슴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려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었습니다.

최광숙 문화부 차장 bori@seoul.co.kr
2005-06-0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