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드라이브] 한국관객은 스킨쉽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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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27 08:08
입력 2005-05-27 00:00
새 영화 ‘활’(제작 김기덕필름)의 단관 개봉을 감행한 김기덕 감독의 파격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 씨너스G, 부산극장 2개관에서 개봉한 영화가 18일 간판을 내리기까지 불러모은 관객은 1487명. 이어 19일부터 24일까지 씨너스 대전으로 걸음한 관객은 단 90여명. 지금껏 관객 1600명도 못 채운 초라한 성적이다.

알려졌다시피 이번 영화의 개봉에는 김 감독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무엇보다 개봉하기까지 ‘활’의 정보를 일절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 시사회를 한번도 열지 않은데다 감독 자신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극구 피했다. 개봉하기 전에 영화가 구구한 평가에 시달리는 일 없이 관객에게 직접 평가받겠다는 계산에서였다. 단, 출연배우들의 언론 인터뷰까지 막을 권한은 없다며 배우 노출은 허용(?)했었다. 하지만 시사회를 차단당한 영화기자들에게 배우 인터뷰가 달가울 리 없는 노릇. 결국 관객들이 접할 수 있는 ‘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김 감독은 ‘활’의 관객동원 성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감독이)산술적 성적표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게 주위 전언이지만, 정말 그럴까.‘국가대표 감독’이 2000명도 안 되는 관객을 위해 영화를 찍진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단관에서 개봉하는 대신 장기상영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감독이다. 바닥 성적에 일주일여만에 간판을 내리는 와중에 감독은 당초 새달 2일로 잡았던 광주 무등극장 개봉 계획마저 소리소문없이 접었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감수했던 김 감독의 실험은 결국 몇가지 진실을 확인했다. 우선, 저예산 예술영화가 버티고 서기에 한국영화 토양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는 주지의 사실. 언론을 통한 추상행위일지라도 한국관객은 여전히 영화와의 ‘스킨십’을 좋아한다는 사실. 마지막 한가지, 김 감독의 실험과 소통해줄 마니아 문화는 아직 우리에겐 없다는 사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5-2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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