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보유 vs 비보유 갈등못풀면 NPT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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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27 07:56
입력 2005-05-27 00:00
27일(현지시간) 폐막되는 핵확산 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될 것이 확실시된다.1970년 발효 이후 35년 동안 갖가지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핵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해온 NPT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핵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적인 합의 틀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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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간 다양한 이견 조율 실패

이번 평가회의는 188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핵보유국의 군축, 비보유국의 확산 억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쟁점을 3개 위원회 별로 논의해 26일과 27일 열리는 본회의에 회부, 채택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개막 열흘이 지난 11일에야 의제 선정을 마무리짓고 또 절차 논의에 일주일을 허비하느라 정작 각국의 다양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이들 3개 위원회 모두 합의문 초안 마련에 실패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세르지오 데 퀘이로즈 두아르테 의장 직권의 성명 채택으로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합의문 채택을 어렵게 만든 핵심적인 이견은 역시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였다. 원자력 개발을 빌미로 민감한 핵시설에 접근하는 이란을 막기 위해 미국은 IAEA에 독자 사찰권 등을 부여하자고 주장했지만 이집트 등 비동맹 국가들은 미국이 2000년 평가회의 합의부터 이행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합의문 초안에 6자회담 당사국들의 합의 내용을 명기하자고 미국은 종용했지만 중국은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안된다고 버텼다.NPT를 탈퇴한 북한에 핵관련 물자를 반환하도록 요구하는 합의문 초안이 추진됐지만 이 역시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핵 비보유국들은 보유국이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약 등으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 등은 문서 보장을 거부하며 “NPT 의무를 준수하는 국가만이 안전보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맞섰다.

태생적인 한계 드러났을 뿐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NPT체제에 내재된 불평등에 있다고 많은 군축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은 판단한다. 미국의 카네기재단과 같은 곳도 이런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우선 보유국의 군축은 강제 조항이 아니며 사찰 의무도 없는 반면, 비보유국은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금지당하고 사찰까지 받아야 하는 점이 꼽힌다. 또 프랑스·중국 등이 부분 핵실험을 지속하는데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며 인도·파키스탄처럼 NPT 체제 밖의 핵무장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핵무장을 포기한 비보유국들에 대해 보유국의 핵공격 위협을 과연 막아줄 수 있느냐는 원천적인 의심도 자리하고 있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에다 미국과 러시아 등 핵 강국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5년전 평가회의와 달리 이번엔 보유국의 공동선언이 나오지 못했다. 당시 보유국은 핵실험 금지조약 준수를 선언하고 13단계 군축 이행을 약속함으로써 비보유국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었고 그 결과 합의문 채택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보유국의 입장 통일도 없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외교 지도력 결핍이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인도의 PTI통신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이 소형 핵폭탄이나 벙커 버스터 무기 등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이미 2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가 회원국들의 불신을 부채질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가 회의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브로슈어에 96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과 2000년 한해 동안의 핵 관련 논의를 통째로 누락한 것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각국 대표도 많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무기감축 전문가인 조제프 시린치온은 “미국 정부가 국제적 합의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모습은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있으나마나’ 한 조약으로 NPT를 전락시킨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킨 셈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5-2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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