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중섭, 眞作 드로잉서 만나다
수정 2005-05-23 00:00
입력 2005-05-23 00:00
소를 뚫어지게 오랫동안 관찰하는 이중섭을 수상히 여긴 소주인은 그를 소도둑으로 몰 수밖에….
이중섭 화백의 작품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중섭 화백의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 첫 기획전시로 마련한 ‘이중섭 드로잉, 그리움의 편린들’에서 이중섭의 새로운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리움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묘한 시기에 오히려 ‘진품’이중섭 작품으로 전시회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의 소는 때론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소와 여인’은 발버둥치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있는 소와 한 여인을 그린 작품이다. 소는 이중섭 자신이고 긴머리와 큰손·큰발을 가진 여인은 바로 부인 마사코다.20대 이중섭이 한창 연애하던 시절의 관능미 넘치는 그림이다. 이준 학예실장은 “그의 작품에 나타난 뛰어난 형태의 묘사력과 선의 유연성은 사전에 계획된 밑그림과 최종단계에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정신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보면 희미하게 그려진 연필선들이 보인다.
지독한 가난, 가족과의 생이별,40세 요절.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인 그는 우리 미술계의 신화이지만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떨어져 있는 부인과 아들들에게 한없는 그리움을 보낸 따스한 한 남자일 뿐이다.
“감기는 나았냐?감기 걸려 무척 아팠겠구나?”하는 내용의 편지지에는 아들 둘과 부인이 탄 소 달구지를 신나게 끌고 가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 ‘길 떠나는 가족’을 그려 놓았다. 담배종이, 편지지, 관제엽서 등 손닿는 어떤 것에나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의 분리되지 않았던 삶과 예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는 8월28일까지 (02)2014-690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5-05-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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