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 30억 입찰전에 요구
수정 2005-05-18 08:43
입력 2005-05-18 00:00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복지센터 건립과 관련한 해명 자료에서 “벽산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기부금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새롭게 드러난 정황으로 이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한국노총이 입찰 전부터 기부금을 요구해 받아냈다면 제한적 공개입찰 방식(적정가 입찰제)을 취했던 이 공사가 사실은 30억원의 기부금을 사전에 시공사의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기부금 입찰제’였던 셈이 된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오세인)는 이날 한국노총 김종득 복지센터설립본부장과 김영명 국장을 소환했다.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이날 출국금지시키는 등 복지센터건립 비리 의혹을 강도높게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전택노련 기금 비리에 연루된 T개발 대표 김모씨와 S은행 임모 지점장 등을 구속기소하고, 최양규 사무처장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복지센터 입찰에 참가했던 A건설사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복지센터의 입찰 업체들에 기부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입찰 전부터 알려왔다.”면서 “당시 업체로서는 기부금을 내느냐 내지 않느냐를 선택해야 했으며 기부금 납부를 포기한 업체는 최종 선정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사실적 확보를 위해 입찰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견적가에서 기부금 항목을 제외한 순수 입찰가로만 응찰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복지센터 입찰 과정에서 노총이 기부금을 요구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응찰 조건으로 파악했다.”면서 “발주처(한국노총)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기부금 규모도 제각각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부금을 전제로 한 입찰은 보통의 조달청 발주 사업과 달리 334억원의 막대한 정부지원금이 투입됐음에도 한국노총이 ‘사업 주체’로 직접 발주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입찰 전부터 정부지원금의 일부를 발전기금 명목으로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발전기금은 당시 지도부와 벽산건설 경영진이 직접 논의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벽산건설 관계자는 “당시 입찰 설명회에서 노총이 기부금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입찰 당시 A업체의 복지센터 시공 견적가는 266억원으로 일반관리비와 부가세 10%를 합쳐 295억 정도를 입찰가로 제시했었다. 벽산건설은 같은해 12월12일 발전기금 30억원이 포함된 316억원(부가세 미포함)에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입찰에 탈락한 건설사는 포스코, 쌍용, 이수, 한라, 동신건설 등 5개 업체이다.
업계는 “벽산건설이 상징적인 의미로 수익 대부분을 노총의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고 하지만 실제 공사대금 안에 기부금이 이미 포함돼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안동환 김준석기자 sunstory@seoul.co.kr
2005-05-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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