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가는 길/김이경 글
수정 2005-05-14 10:27
입력 2005-05-14 00:00
도심 속, 낯설지만 ‘온전’한 공간이 인사동일 것이다. 그림책 ‘인사동 가는 길’(김이경 글, 김수자 그림, 파란자전거 펴냄)에는 그 인사동이 통째로 들어와 있다. 책 표지를 열자마자 인사동 지도가 한눈에 펼쳐지기부터 하는, 흔치 않은 화법의 그림책이다.
●도심 속 전통공간 인사동 길잡이
책의 메시지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 인사동의 전통문화 골목을 구석구석 헤집는 동안 자연스럽게 전통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니, 그 요령도 참 기발하다 싶다.
인사동 초입에서부터 책은 사진을 옮겨놓은 듯한 현장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안국동에서 들어가는 마을 어귀 북인사 마당에는 멀리 남도 땅에서 예까지 온 돌장승 둘이 두 눈 부릅뜨고 서서 나쁜 기운 막아 줍니다. 봄맞이 나온 개구리 그 서슬에 놀랐는지, 바위에 딱 붙어 돌이 되어 버렸네요.”
빵집 앞, 새순이 돋는 봄나무 아래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돌장승 둘을 이렇게 묘사했나 싶으면, 어느새 자리를 옮겨 붓 먹 벼루 한지 따위를 파는 화방으로 눈을 돌렸다. 어린 독자들에게 한지는 또 어떻게 설명될까.“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잘 자란 닥나무 보얀 종이가 되어 붓을 기다립니다.”로 한지를 노래한 다음엔 슬쩍 벼루에 대해서도 귀띔하고 넘어간다.“연적에 물 담아 벼루에 먹을 가니 소나무 검은 그을음, 물이 되어 흐릅니다.”
책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은 갈피갈피에서 시간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 인사동 초입에는 봄이 와 있더니 ‘쌈지길’, 포도대장 행렬을 지나 통인가게 앞에는 어느새 붉은 꽃송이 탐스러운 여름이 와있다. 하얀 눈발이 내리는 겨울이 오기까지 인사동은 품고 있던 전통, 문화의 이미지들을 푸지게 풀어놓는다. 화강암으로 만든 석상, 양반탈·각시탈·말뚝이·초랭이 등 형형색색의 탈바가지, 오방색이 화려한 우리 옷….
●한지그림으로 옛 정취 생생히
익은 감이 소담스레 매달린 가을의 경인미술관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다.“아름다운 그림에 향기로운 차 한잔이면 임금님 사위도 부럽지 않아요.”라는 글 아래로, 멀뚱히 눈알을 굴릴 독자들을 위해 해석까지 달아놨다.“원래 조선시대 철종 임금의 사위였던 박영효의 집이었습니다.”
한지 그림 덕분에 인사동의 아취가 몇 배로 불어난다.14점의 책 속 그림들은 전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18일부터 24일까지 인사동 성보갤러리(02-730-8478)에서 원화전시회가 열린다. 초등생.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5-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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