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속앓이
수정 2005-05-11 00:00
입력 2005-05-11 00:00
‘축구 천재’ 박주영이 드디어 세계를 향한 날개를 펼쳤다. 지난 1월 국제청소년대회에서 4경기 9골을 터뜨리며 우승과 MVP,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이미 청소년 무대가 비좁도록 휩쓸고 다녔던 박주영이다.10일 국가대표 합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축구 천재’가 세계 성인 무대에서도 거뜬히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국민들의 바람 또한 간절하다.
하지만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 소속팀 등 ‘1인 3역’을 해야 할 박주영의 어깨는 무겁다. 또 그와 함께 뛰었던, 혹은 뛰고 있는, 그리고 함께 뛸 본프레레·박성화·이장수 감독 세 사람의 속내 역시 복잡하다.
박주영의 공백감을 가장 크게 느낄 쪽은 FC서울 이장수 감독과 청소년대표 박성화 감독이다.
일단 오는 15일 K-리그 개막전부터 세 경기는 박주영이 뛸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최소 5∼6경기는 박주영 없이 치러야 하는 FC서울 이 감독의 근심이 가장 크다. 박주영-김은중 투톱 전술을 즐겨 썼던 이 감독은 노나또의 부상 회복 정도를 고려해 ‘김은중-노나또’ 또는 ‘김은중-정조국’ 투톱을 대안으로 검토중이다.FC서울 이영진 수석코치는 “우리팀은 공격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지만 박주영의 공백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청소년대표 명단에도 박주영을 올려놓은 박성화 감독의 고민 역시 만만치 않다. 박 감독은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만날 브라질과 나이지리아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에 비해 강팀인 것만은 사실인 만큼 박주영 없이는 게임을 풀기 어렵다.”면서도 “키플레이어인 박주영이 팀 조직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하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15일 울산 원정경기 등 프로축구 3경기부터 시작해 24일 대표팀 소집 합숙 훈련-31일 우즈베크 이동-6월3일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5일 쿠웨이트 이동-9일 쿠웨이트전-11일 네덜란드 이동-청소년대회 참가 등 4개국을 넘나드는 ‘죽음의 레이스’를 소화해야 한다는 점 역시 박 감독에겐 심각한 문제다.
박 감독은 “박주영의 체력은 최상위급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내면서도 “시차와 급변하는 환경 등에서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발출장을 안 시키고 벤치만 지키게 할 것이라면 아예 청소년대표로 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은근한 압박’도 잊지 않았다.
본프레레 감독 역시 소속팀·청소년대표의 이러한 상황을 잘 알기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을 비롯한)어느 누구도 주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주영을 벤치에만 앉혀놓을 수만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박주영 입장에서도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 이미 검증된 안정환, 이동국, 차두리 등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1인3역’의 박주영도 바쁘고,‘3인3색 감독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05-05-11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