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버트 김과 우리은행의 애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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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26 00:00
입력 2005-04-26 00:00
미국에서 간첩음모죄로 7년 6개월의 옥고를 치르고 지난해 석방된 로버트 김이 한국민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지난 8년의 시간 중에 나는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앞만 보고 나왔으며 힘들었거나 억울했던 부분은 다 잊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시민인 그가 넘겨준 북한관련 정보들은 미국의 기준으로는 범죄행위였겠지만 한국민조차 오랫동안 그를 모른 척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과거다. 그가 옥고를 치르는 동안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구명활동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의 석방에 앞서 시민들이 나서 후원회를 만들고 ARS모금 등으로 작으나마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 전부다.

로버트 김은 아직도 보호관찰대상자여서 최근 한국방문 신청이 미법무부에 의해 기각됐다. 우리 정부가 이제는 나설만도 한데 아무런 기미가 없다. 그는 긴 수감생활로 인해 수입이 끊어지고, 은행거래마저 중단되어 1998년에 파산선고를 한 상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도 없다. 미국에서 공직생활을 했지만 연금도 없다. 그를 돕는 것이 조국의 도리다.

로버트 김 후원회의 요청으로 우리은행이 그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애국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의 이같은 따뜻한 관심이 바로 애국이다. 로버트 김은 조국으로부터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 그가 고통의 세월을 보낼 때조차 조국은 그에게 해 준 것이 없다. 오히려 외면했다. 거꾸로 된 일이다. 국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을 보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나라를 지키고 희생하려 들겠는가. 로버트 김이 모든 것을 잃고도 조국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그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05-04-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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