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믿음의 사회 만들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수정 2005-04-23 00:00
입력 2005-04-23 00:00
우리의 과거는 인정보다는 거절 받는 데 익숙했고 이해보다는 비판을 받아오는 것이 습관이 되어 왔고 자유보다는 속박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정부가 한참 논의하는 ‘과거사 정리’보다 ‘과거사 치유’가 더 급하고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치유가 전제되지 않는 ‘과거사 정리’란 또 하나의 치명적인 상처를 낳게 될 것이다. 어떤 시인이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듯이 “지금은 서로 사랑하고 용서할 때입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라. 서로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을 붉히고 고함을 지르고 있지 않은가? 서로 정죄하고 서로 고발하고 서로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떤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의 운명을 걱정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존경하고 신뢰하고 믿어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믿음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믿음에서 믿음이 나온다. 의심이란 토양에서는 믿음이라는 나무는 결코 자라지 않는다. 불신과 의심을 이겨내는 비결은 속더라도 믿어주고 손해 보더라도 또 믿어주는 작은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생각과 방법은 다를지라도 그 사람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보자.
둘째는 믿음은 언제나 기적을 만든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성경에 보면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이다.’라고 했다. 믿음이 있으면 모든 의심과 염려와 근심과 걱정을 잠재울 수 있다. 믿음은 찬란한 미래를 만든다. 예수님께서도 “네가 만일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하셨고 “네 믿음대로 된다.”고 하셨다. 믿음이란 막연한 기대감이나 운명적인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약속의 성취이다. 믿으면 영광을 본다는 약속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믿음보다는 이성에 더 매력을 느낀다. 이성적인 사람이나 지적인 사람으로 이해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성과 합리성을 뛰어넘는 것이 믿음의 세계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화를 믿고 창조는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진화는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창조는 믿음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육적인 것은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영적인 것은 믿음으로만 이해된다. 땅은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하늘은 믿음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열쇠는 믿음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셋째로 내 자신부터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결단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친구와 동료에게 이르기까지 실천 무대는 얼마든지 있다. 다른 사람이 신실하고 믿음이 있기를 기다리지 말자. 내가 먼저 신실한 마음과 믿음으로 그 사람에게 나아가는 것이다. 손해를 각오하고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자. 믿어주고 또 믿어주고 또 믿어주자. 이성의 세계를 넘어서서 믿음의 세계로 나아가자. 거기서 당신은 진정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온순하라.”는 예수님의 경고이다.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뱀처럼 지혜로운 영적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믿음을 가질수록 더욱 더 지혜롭고 총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미 믿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의 겸허한 태도이다. 그들이 잘못된 믿음을 참된 믿음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을 계속 보여 준다면 모든 사람들은 실망하고 돌아서게 될 것이다. 성직자부터 참되고 겸손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하며 교회부터 진실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작은 말도 믿고 큰 말도 믿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말도 믿고 국회의원 말도 믿고, 사장님 말도 믿고 말단직원 말도 믿고, 선생님 말도 믿고 학생 말도 믿고, 아버지 말도 믿고 자녀의 말도 믿는 그런 사회 말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2005-04-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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