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붕괴 위험] 본지기자 르포
수정 2005-04-22 08:09
입력 2005-04-22 00:00
막사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에는 3명의 등대원이 근무하고 있는 독도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시설과 반경 12해리를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 철탑이 서 있다. 정상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이다. 그 길로 접어들면 정상 부분에서 옛 접안 시설이 있는 동쪽 지역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나온다. 균열 위치는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위해 이동하는 너비 80㎝의 통로 안쪽인 천장굴 방향에 자리잡고 있다.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곳에서 5∼6m 정도 떨어진 곳에 대공포가 설치돼 있다. 대공포의 방향은 동도에서 동쪽으로 161㎞ 떨어져 있는 일본 오키 군도를 향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1.5m 아래로 파인 지하 초소가 있다.
결국 대규모 균열이 정상부에서 발생한 만큼 붕괴될 경우 인공구조물이 함께 무너지면서 동도 정상의 지형 자체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독도경비대는 날마다 한 차례씩 균열을 측정하고 있다. 정밀 계측장비가 따로 없는 만큼 양쪽 틈에 고정된 플라스틱자로 측정하는게 고작이다. 정상부에서 시작된 일자(一字) 모양의 균열은 10여m 아래로 수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마치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갈라져 거대한 화산 분화구 형태인 천장굴과 접해 있다. 균열 아래 부분은 급경사를 이룬 절벽으로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가 되고 있다.
독도경비대는 비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나 야간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균열이 진행되고 있는 정상 지역이 아닌 서쪽 등대 지역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비대 관계자는 “균열이 급속도로 진행되거나 무너질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경비대가 마땅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균열 크기를 측정하고 상급 기관에 보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97년 설치된 현재의 접안 시설에서 동도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붕괴에 대비한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돌출된 절벽 부분 아래에 있는 지지대는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졌지만 누가 언제 세웠는지는 독도경비대나 등대원도 알지 못했다. 독도는 1982년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섬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다. 동도와 서도 등 두 개의 큰섬과 30여개의 크고 작은 돌섬으로 이뤄진 화산 군도이다. 서도가 동도보다 더 크지만 경사면이 모두 절벽에 가까워 독도경비대와 독도 등대,500t급의 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접안시설 등 인공 구조물은 모두 동도에 자리잡고 있다.
독도의 심각한 균열 우려는 지난 200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돼 이듬해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등이 지질상태에 대한 실태파악을 한 바 있다. 각종 시설공사와 풍화작용에 의해 부분적으로 침식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 개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동도 곳곳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균열 외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현재 동도의 유일한 거주자인 경비대원과 독도 등대원들의 불안감도 크다. 독도 등대 관계자는 “지형이 약한데다 그동안 섬 곳곳에서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강한 해풍 때문에 과거보다도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상 부분이 무너지면 독도에 있는 등대와 경비대 시설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독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5-04-2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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