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약탈적 M&A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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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22 07:57
입력 2005-03-22 00:00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달라. 공격과 방어 수단이 동등하게 주어졌을 때 경쟁이 가능하지, 지금처럼 공격자에게 치우쳐 있으면 국제 투기펀드의 ‘물 좋은 놀이터’로 전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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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내놓은 ‘국내 인수·합병 관련제도의 실태와 보완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국내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노출된 만큼 이를 막을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발표한 ‘주주 행동주의의 국내외 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외국계 자본의 이익 챙기기가 1970∼8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서 성행한 약탈형 주주 행동주의와 닮은꼴”이라며 향후 그린메일(경영권을 담보로 보유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 가능성을 경고했다.

“방어 수단이 없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국내기업의 안정적 경영 환경을 위해 ▲의무공개 매수제 재도입 ▲제3자 신주인수권 배정요건 완화 ▲차등 의결권주 발행허용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측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장치들이 상당 부분 폐지돼 힘의 균형이 깨졌다.”면서 “공격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방어 수단을 보완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 및 경영자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과도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 및 산업자본이 외국자본에 잠식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본이동 자유화 규약이 허용하는 범위와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제도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핵심기술이나 정보를 가진 기업은 외국자본의 인수를 아예 금지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Exon-Florio)법’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국내 기간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약탈형 투기펀드 판친다.”

대한상의도 외국계 자본의 주주 행동주의가 약탈형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적절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상의측은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들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주요 기업이 53개, 단일 외국인 지분율이 5% 이상인 기업이 150개에 달하는 등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언제든지 수익률 게임을 벌일 수 있는 포석을 마친 상태”라며 “이들 기업의 약점을 잡아 앞으로 그린메일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버린자산운용이나 헤르메스 등의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M&A 위협이나 부당한 경영간섭 등의 기업 흔들기를 통해 반대 급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장치 등의 관련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굿이어나 월트디즈니 등이 기업 사냥꾼들의 부당한 주식 되팔기의 희생양이 되다 ‘포이즌 필(독소조항)’이나 ‘황금낙하산(CEO해임시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경영권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 등과 같은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도입되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약탈형에서 기업가치 제고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5-03-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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