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넘은 사설정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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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16 08:39
입력 2005-03-16 00:00
최근 유망 벤처기업 사장이 사무실에 밀실을 만들어 여직원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루머의 대상이 된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고, 당사자는 밤잠을 설치며 두문불출했다. 루머의 진원지는 ‘사설정보지(일명 지라시)’였다. 헛소문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그 회사는 되돌리기 힘든 피해를 봤다.

정부가 이처럼 허위정보를 생산·유통하는 사설정보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별단속을 통해 악성루머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생산·유통하는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키로 했다.

김승규 법무부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허준영 경찰청장은 15일 공동 명의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별단속은 이달 말 계도기간이 끝난 뒤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작돼 석달간 이뤄진다. 전국 18개 검찰청과 248개 경찰서에 ‘허위정보신고센터’가 설치되고,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도 접수를 한다.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한 증권사 임직원들에게는 증권거래법을 적용하고,‘연예인 X파일’ 등의 명예훼손 사안은 우선 수사한 후 피해자들의 처벌의지를 확인해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정부는 범국민적 인터넷 자정캠페인을 전개하고, 사이버 윤리교육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사설정보지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이들이 유통하는 허위정보가 주로 정치인·공직자·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와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불신풍조 조장, 국론분열 등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 특별단속은 정부의 한 고위직 인사의 사생활 관련 헛소문이 최근 사설정보지에서 집중 거론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증권가가 사설 정보지의 생산지

사설 정보지의 온상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다. 기업, 정부 정책 등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지의 생산은 각 증권사 투자정보팀 소속의 ‘정보맨’들이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을 쓸어모아 ‘지라시(전단을 뜻하는 일본어)’라는 정보지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통되고 있는 정보지가 10∼15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지는 정보지 한 묶음은 A4용지 30∼40쪽 분량이다.

정보지에는 거물 정치인의 말 한마디부터 유명 탤런트의 이혼설까지 정치, 재계, 검찰, 언론계, 연예계 등의 그럴듯한 동향과 소문들이 뒤죽박죽 나열돼 있다. 대부분 공개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뒷얘기이거나 원색적인 내용도 섞여 있어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는 속성을 지녔다. 내용 가운데 나중에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맨들은 정기적으로 소모임을 갖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 자리에서 정보지를 만든다. 정보수집과 유통은 불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은밀하게 진행된다. 정보지는 한달에 30만∼50만원을 받고 고정 회원에게 배포되기도 한다. 정보맨들의 접촉 대상에는 대기업 정보팀이나 경찰의 정보과 형사, 언론사 기자 등도 포함된다.

경찰도 전국에서 수집된 정보를 하루 10장 분량으로 압축해 수사에 참고한다.S그룹 정보팀은 황장엽씨 망명소식을 공식 발표 이전에 포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경운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03-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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