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만큼 충분히 가졌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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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14 07:42
입력 2005-03-14 00:00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어도 장기 기증으로 얼마든지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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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포이동 서울농아감리교회 성가대…
13일 서울 포이동 서울농아감리교회 성가대… 13일 서울 포이동 서울농아감리교회 성가대원들이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에 각막·장기·시신 기증 서약증서를 접수하고 있다.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휴일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이동 서울농아감리교회 대예배실. 목소리 대신 몸짓으로 찬송가를 부르는 청각장애우 신도 100여명이 생명을 나누는 ‘아름다운 서약식’을 가졌다.

이날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한 청각장애우는 73명으로 각막기증 71건, 뇌사시 장기 기증 31건, 사후 시신·조직 기증이 24건이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미 뜻을 밝힌 사람까지 합치면 장기기증을 서약한 장애우는 150명에 이른다.

이번 장기기증 단체서약은 지난달 교회측에서 한국생명나눔운동본부(kals.or.kr)에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청각장애인 신도들이 사순절을 맞아 이웃사랑을 직접 실천하겠다고 나선 것.8살 때 뇌막염을 앓아 청각을 잃게 된 남상석(51) 담임목사는 “듣고 말하는 것 말고는 아무 장애가 없다.”면서 “인간은 누구나 고귀한 것이니 우리가 땅에 떨어진 밀알이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청각장애 2급으로 이날 각막과 함께 사후 시신·조직 기증을 서약한 김점순(48·여)씨는 “일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의사가 연구를 위해 사체 기증을 요구, 가슴이 아팠지만 질병 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수락했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그 이후 계속 장기 기증을 마음먹고 있었다.”면서 “역시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도 함께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게 웃었다.



생명나눔운동본부 조정진 사무총장은 “소외계층인 장애우가 직접 장기 기증에 나선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사랑나누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03-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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