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자서전 ‘대화’ 출간
수정 2005-03-12 10:23
입력 2005-03-12 00:00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를 붙인 책에서 이 전 교수는 시대와의 불화속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부딪혀야 했던 갈등과 번민, 고통의 순간들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우는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들을 돕기 위해서 많은 글을 쓰고 발언을 한 대가로 ‘의식화의 원흉’으로 낙인찍혀 다섯 차례나 구치소에 갔으며,1012일에 이르는 세월의 옥고를 치렀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두 차례, 대학에서 두 차례 쫓겨났다.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바람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상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형무소에서 나온 밥과 사과 한 알을 놓고 제사를 지내는 장면, 재판을 앞두고 부인에게 보낸 편지 등을 통해 극단적 시대상황에서 한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고뇌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그는 2000년 말 느닷없이 찾아온 뇌출혈이라는 손님을 맞고 쓰러졌다.70세를 넘기려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지적 활동과 글 쓰는 일은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는 사이에 신체와 정신의 마비가 서서히 그러나 착실하게 회복되어 갔고, 이제는 구술(口述)로 하는 저술은 웬만큼 가능해졌다. 이 책은 오른손의 마비로 저술이 힘든 상황에서 민족문제연구소장 임헌영씨가 질문자 겸 대담자로 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녹취해 다듬고 고치며, 기록을 정리하는 2년간의 지루한 작업끝에 어렵게 태어났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5-03-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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