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작은 역사/다니엘 푸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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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12 00:00
입력 2005-03-12 00:00
미시사에 관심있었던 사람이라면 오래된 유럽 도시의 도로와 광장이 왜 돌로 포장됐는지, 하이힐과 향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이나 마차가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길거리에 넘치던 똥 때문이었다. 우아한 프랑스 귀부인의 하루가 똥 오줌 가득한 요강 한 사발을 창 밖에-밑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내다버리는 것으로 시작했다니 말 다 했다.

‘화장실의 작은 역사’(다니엘 푸러 지음, 선우미정 옮김, 들녘 펴냄)는 그동안 이런 저런 책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유럽의 똥에 관한 얘기를 모아놨다. 드러내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역시 배설은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읽다 보면 의외로 똥과 관련된 웃기고도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아테네, 로마에서 배설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때문에 상하수도시설을 잘 갖춘 꽤 괜찮은 수세식 화장실이 많았다. 문제는 중세였다. 공중목욕탕과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난 ‘더러운’ 풍속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중세인들은 상하수도관을 내팽개쳤다.

그 덕분에 이제 유럽은 풍속이 아니라 똥무더기로 더러워졌다. 어찌나 똥무더기가 넘쳐났던지 심지어는 어전회의를 열던 독일 황제가 똥통에 안 빠지기 위해 창문에 매달려야 하는 사건까지 생겼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똥무더기 덕분에 썩은 마룻바닥이 무너진 탓이었다. 물론 고관대작들은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야만 했다. 황제 거처가 이럴 정도니 다른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덕에 오염된 흙과 물은 각종 질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

물, 비누, 휴지, 하수구, 비데 등과 같은 위생관념은 근대에 들어서야 발달하기 시작한다.



워낙 적나라한 얘기다보니 이 책은 꼭 화장실에서만 읽어야 할 것 같다. 분량도 200쪽 정도에다 가격도 8500원이니 적당하다. 저자와 출판사도 그런 생각으로 책을 내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3-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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