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모텔 파동’ 오나
수정 2005-03-08 07:09
입력 2005-03-08 00:00
주인 이모(55)씨는 “몇 개월째 빚을 갚지 못해 할수없이 경매로 넘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근처에 대규모 찜질방이 2곳이나 생기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4000원이던 입장료를 3000원으로 내렸지만 손님을 끌기에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인근의 불가마사우나도 사정은 비슷하다.2년 전 300여평 규모의 불가마사우나를 개업할 때만 해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댔다. 내부의 이발소도 인기가 좋아 권리금만 5000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쯤 인근에 대규모의 호화 불가마사우나가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새 사우나가 생기면서 손님들이 나은 서비스를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목욕탕·사우나, 제2의 모텔파동(?)
이 때문에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이들 자영업자에게 담보의 70∼80%를 대출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은 사우나·찜질방 등 목욕업에 대해서는 대출억제업종으로 분류해 신규 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은행권의 전체 중소기업 대출(중소기업+자영업자) 연체율은 2∼3%대에 머물고 있지만, 목욕업종의 연체율은 무려 10∼15%로 5배가량 높다.
한때 성매매특별법 시행의 직격탄을 맞은 모텔 등 숙박업의 연체율이 5%대임을 감안하면 위험에 훨씬 더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12월 2.2%였으나, 지난 1월에는 2.6%로 오른 것도 이들 업종의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도 골머리
더 심각한 것은 은행권보다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목욕업종에 대한 대출 규모가 더 많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선별적으로 대출해준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무분별하게 대출해줘 부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숙박·임대·목욕업 등에 대한 대규모 대출이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들 말하지만, 소규모 목욕탕·찜질방·사우나 등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을 보면 경기 호전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며 “올들어 이들 업종의 연체율이 더 높아지고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은행권의 대출이 숙박·목욕업에서 부동산저당대출 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 업종에 대한 경매가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한도 축소로 상호저축은행들이 대출을 많이 해줘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경기심리는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순으로 오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영업난이 경기바닥의 징조인지, 봇물처럼 터지는 문제의 시발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 김미경기자 bcjoo@seoul.co.kr
2005-03-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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