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함으로 아로새긴 노라의 밤
수정 2005-03-07 07:43
입력 2005-03-07 00:00
해외 스타들의 공연이 종종 그렇듯 이날도 예정보다 20분 늦었다. 불이 꺼지자 조바심이 났던 청중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그를 재촉했다. 드디어 노라 존스가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일명 ‘핸섬밴드’와 무대에 섰다.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미리 배운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말 “안녕하세요.”를 건넨 뒤 곧장 시작한 첫 곡 ‘Turn Me On’부터 마지막까지 그는 청중을 완전히 장악했다.‘울리처(wulritzer)’라고 불리는 건반 악기와 피아노를 오가며 쏟아낸 전반부의 10곡은 모두 휴식처럼 편안한 노래들. 청중은 심연처럼 아득한 노래에 깊이 빠져들었다.‘What am I to You’‘Humble me’‘Come Away With Me’ 등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곡 사이사이 폭발적인 함성과 갈채가 없었더라면 혹시 클래식 공연장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초반의 ‘엄숙한’ 분위기는 공연 중반에 접어들면서 반전됐다. 작심한 듯 무대 앞으로 나와 작은 율동과 박수를 치며 부른 ‘The Long Way Home’으로 청중의 분위기를 띄우더니 최대 히트곡 ‘Don’t Know Why’를 불러 쐐기를 박았다.“컨트리 음악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며 부른 다음 곡은 ‘Creepin’In’. 무대와 객석 사이의 빈 공간을 가리키며 “춤추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라는 그의 말에 고무된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박차고 몰려 들었고 흥겨운 리듬에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1시간 30분 남짓 진행된 공연에서 노라 존스는 앙코르곡을 포함해 모두 18곡을 쉴새 없이 쏟아냈다.
빨간 실크 슬리브리스 상의와 청바지 차림의 앳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강약을 조절한 노래 선곡,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매너는 무대를 더욱 빛냈다. 이날 무대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그래미를 연거푸 수상한 이 여가수의 명성과 실력을 그대로 입증하는 자리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05-03-07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