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 “10단이요? 나중에 할아버지나 돼야…”
수정 2005-03-03 08:12
입력 2005-03-03 00:00
이 9단은 회견에서 새삼 ‘이창호 열풍’이 일고 있는 사실과 관련,“평소라면 별일 없었겠지만 그 동안 워낙 성적이 안좋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국민들이 응원해 주셔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결혼과 관련,“배우자는 편안한 타입이 좋다. 다만 곰과 여우를 놓고 보자면 나는 여우 쪽인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국 전에는 결과를 어떻게 예상했나.
-결과를 예상하기 보다 제발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하고 바랐다. 그 전까지 워낙 성적이 안 좋았던 데다 국가대항전이라 사실 부담이 컸다.
지난 연말부터 난조를 보여 언론에 비관적인 기사도 많았는데,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그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솔직히 나보다 가족들이 여려서 걱정을 많이 했다. 나로서는 자극이 되어 오히려 좋았다고 여긴다.
국민들은 이번 농심신라면배 우승을 계기로 ‘대국수’‘기성’‘10단’ 등 걸맞은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부담된다. 안 받고 싶다(웃음).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면 모를까.
최근 기풍이 상당히 전투적으로 변했다고들 하는데….
-기풍에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요즘 신예들은 전투에 강해 상대적으로 초반에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포석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 9단도 이제 30대다. 바둑계는 조로현상이 두드러진 곳인데 언제까지 이런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겠나.
-나름대로 관리만 잘 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오십일지 육십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9단은 끝으로 인생관이 뭐냐는 물음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되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며 “그동안 열심히는 했지만 별로 즐기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즐거움도 갖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5-03-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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