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도 비료지원은 하자
수정 2005-02-17 00:00
입력 2005-02-17 00:00
주변국의 간곡한 설득을 외면하고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 채 벼랑끝 줄타기를 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엄한 제재로 본때를 보이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한·미·일이 일제히 경제제재를 하더라도 중국이 식량·연료 지원을 계속하면 북한은 버틴다. 한번 더 구슬러보고, 그것이 안 되면 중국까지 참여하는 효율적 제재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대북 비료지원을 오히려 남북대화 재개와 핵문제 태도변화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원을 중단한다고 엄포를 놓을 게 아니라, 줄 테니 당국간 대화테이블에 나오라고 해서 6자회담 복귀 분위기를 만드는 편이 낫다. 북한은 올봄 50만t의 비료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난해 봄 20만t, 가을 10만t을 지원했던 것에 비춰 많은 양이다.50만t을 북한에 주려면 수송비까지 2000여억원이라는 큰 돈이 든다. 적십자 등 민간차원 논의보다는 당국간 대화를 통해 지원 규모·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파종기는 5월 중순이다.4월중에는 비료지원이 시작되어야 하고, 새달까지는 지원 방법·규모가 결정되어야 한다. 핵문제로 지원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식량생산 감소로 북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는 남측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료지원에 있어 남북 모두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앞으로 북한이 핵과 관련한 추가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물론 한국내의 강경목소리를 자제시키는 마지노선에 와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알아야 한다.
2005-02-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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