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겔랑 향수의 여정/장 폴 겔랑 지음
수정 2005-02-05 10:48
입력 2005-02-05 00:00
타고난 후각 덕분에 그는 둘째로 태어났지만 형을 제치고 가업을 이을 수 있었다. 겔랑사는 가족기업이지만 형제 가운데 한 명만 회사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는 할아버지 자크 겔랑의 엄격한 교육 아래 모든 작업장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는 현장실습 위주의 수습생활을 거쳤다. 소싯적부터 향수의 세계를 체험한 것이다.
‘장 폴 겔랑 향수의 여정’(장 폴 겔랑 지음, 강주헌 옮김, 효형출판 펴냄)은 저자인 겔랑 자신의 향수 인생담이자 겔랑사의 향수철학 이야기다.
2002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겔랑은 150년 이상 이어온 가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47년 동안 하루에 열여덟 시간 이상 냄새를 맡았다.
히말라야 산중 네팔에서 아프리카 마요트 섬까지,“송로버섯 없이는 송로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자신의 말대로 그는 최고의 향수원료를 찾아 1년에 넉달 이상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겔랑은 할아버지가 남긴 좌우명에 따라 여인을 위해 향수를 만들어왔다. 부인이 될 여인을 위해 ‘샹 다롬’을, 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위해 ‘나에마’를 만들었다. 그의 대표작 ‘삼사라’ 또한 자신의 애인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정작 영감을 준 것은 ‘여자’가 아니라 향과 만나는 ‘순간’들이었다. 이 점은 그가 향수를 “감춰진 것과 드러난 것 사이의 숨바꼭질”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겔랑을 통해 보는 향수의 세계는 요컨대 자연의 세계이자 예술의 세계, 그리고 사랑의 세계다.2만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5-02-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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