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된 할아버지/킴 푸브 오케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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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29 00:00
입력 2005-01-29 00:00
어린 사내아이 에스본은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다정했던 할아버지가 길을 가다 심장병으로 돌아가시다니….

덴마크 작가 킴 푸브 오케손이 지은 ‘유령이 된 할아버지’(김영선 옮김)는 ‘존재’와 ‘죽음’의 의미를 어린이들에게 물처럼 스며들게 하는 그림동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천사가 되어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는 엄마의 위로, 땅 속에 묻혀 흙이 되실 거라는 아빠의 말에도 에스본은 혼돈스럽기만 하다.‘왜 할아버지는 그렇게 떠나셔야만 했을까?’

생명의 이치를 다룬 동화책은 자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독특한 맛은 죽음이라는 어두운 개념을 팬터지 방식으로 여유있게 접근한다는 데 있다.

한밤중에 에스본의 침실로 유령이 되어 찾아온 할아버지.“뭔가 빠트린 게 있어 왔다.”는 할아버지와 에스본은 그 무언가를 찾아 며칠밤을 가족들 몰래 헤매다닌다. 아침이면 흔적없이 사라지는 할아버지, 간밤에 할아버지를 만났다는 잠꼬대 같은 말로 엄마아빠를 걱정시키는 에스본. 투명인간처럼 벽을 휙휙 통과하고 입으로 ‘우후후후’ 이상한 소리를 내주기도 하는 유령 할아버지가 에스본은 너무 재미있다. 그러나 천진한 에스본의 표정 뒤로 작가는 묵직한 메시지를 슬그머니 숨겨놨다. 에스본과 함께 집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먼 옛일을 주섬주섬 회고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감성 예민한 독자는 금방 코끝이 찡해지고 말 것 같다. 형의 빨간 자전거를 물려받고 신났던 꼬마 할아버지, 할머니와 입맞춤하던 청년 할아버지, 아이(에스본의 아빠)를 안은 그 옛날의 젊은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빠트리고 떠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손자와의 작별인사란 사실을 할아버지가 기억해내실 대목 즈음 에스본의 마음의 키도 부쩍 자란다. 죽음이 삶의 한 자락임을 알게 됐을까. 에스본은 “내일은 유치원에 가야겠다.”며 잠을 청한다. 더는 할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은 채….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진 파스텔톤의 그림에 이야기의 결이 한결 더 온화해진 느낌이다.6세 이상.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1-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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